영화가 개봉한 지 2년이 지나서야 겨우 보게 됐다. 솔직히 말하자면 주인공의 비주얼이 나에게는 너무 큰 장벽이었다. 사랑하게 될 줄 몰랐다. 이 영화를 처음 본 그 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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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너머에는 태어나기 전의 영혼들이 머무는 영혼의 세상이 있다. 영혼들의 세상에서 자신의 관심사, 즉 ‘불꽃'을 찾으면 ‘지구 통행증’을 발급받고, 비로소 ‘태어나’게 된다. 영혼 22는 그 어떤 인생도 부질없다고 생각해 태어남 자체를 거부하고, 재즈 피아노 연주자 조는 연주자로서 성공을 목전에 두고 불의의 사고로 영혼의 세상으로 넘어간다. 조는 22를 지구로 내려 보내면서 자신도 함께 지구로 돌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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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말하자면 영화 <소울>은 내 인생의 ‘불꽃’, 즉 내가 살아야 할 이유 찾기 대장정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수많은 위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위인전을 읽으며 무언가 대단한 업적을 이뤄야 할 것 같은 프레임에 갇힌다. 그리고 ‘어떤 사람 되기’로 삶의 목표를 정하기도 한다. 영혼 22는 그간 만났던 걸출한 위인들에 비해 ‘아무것도 아닌’ 사람, 조의 몸에 들어가 세상을 살 가치를 발견한다. 떨어지는 낙엽, 갓 나온 피자, 일상의 모든 것들로부터 말이다. 그리고 <소울>은 그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가 삶의 가치를 깨닫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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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플레이어로서 성공하는 것이 ‘불꽃’이었던 조는 좀처럼 닿지 않는 그 불꽃에 좌절하고, 집착하기도 한다. 이런 조에게 22가 느낀 낙엽이나 바람은 불꽃이 될 수 없다. 흔해 빠지고 보잘것 없는 쓰레기일 뿐이다. 삶의 목적은 곧 삶의 종점과 같다. 유명 재즈 아티스트 도르테아 윌리엄스와 함께 무대를 꾸리는 것과 같은 대단한 목표도 마찬가지다. 평생의 꿈이었던 도르테아와 함께 무대에 서게 된 조가 무대를 마치고 그다음을 묻자, 도르테아는 말한다. “내일 이 공연 또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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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던 대학에 입학하면, 꿈의 회사에 취직하게 되면,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면, 나는 삶의 목적을 이룬 것일까?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면서 수많은 권태와 지루함을 마주한다. 어느 하나에 익숙해지면 곧 지루해지고, 관성적으로 시간을 흘려보내기도, 내가 원하는 삶이 이게 맞나 하는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영화 속 집착이나 매너리즘에 빠져 영혼의 늪을 돌아다니는 괴물처럼 말이다. 삶의 아름다움은 끝이 정해진 목표가 아니라 과정에 있다는 걸 잊기 쉬운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