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철하고 이성적인 남자 주인공과 그를 감성적으로 보듬어 주는 여자 주인공. 여기에 둘의 직업이 의사x의사이거나 의사x간호사라면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의학 드라마와 비슷하다. 하지만 나는 이런 뻔한 관계성과 내용이 질렸다.
러브라인 보다는 탄탄하고 전문성 있는 스토리와 조금 더 차갑고 날카로운 여자 주인공을 보고 싶었고 그런 드라마가 바로 <언내추럴>이다.
이 드라마는 UDI(Unnaturla Death Investigation)이라는 부자연사 규명 연구소에서 부자연스러운 사인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진실을 풀어나는 법의학 수사 드라마로 젊은 여성 법의학자인 미스미 마코토가 젊은 여성 법의학자로서 겪는 편견과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사실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불편하고 답답한 장면투성이다. 미스미 미코토는 학력으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어느 하나 뒤처지는 것이 없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무시당한다. 여자는 감정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여자인 그녀가 하는 말은 믿을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장면이 수없이 나온다. 또한 그녀의 친구에게 사건이 일어났을 때 애초에 여자가 술에 취해서 남자와 어울려서 그런 일이 생긴 거라며 그녀에게 책임을 묻기도 한다. 그 장면에서 미스미는 이런 말을 한다.
“여성이 어떤 옷을 입고 있든 술을 마시고 취해있든 남자 마음대로 하면 안 되죠. 합의하지 않은 성행위는 범죄입니다.”
나는 이 대사가 <언내추럴>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사라고 생각한다. 드라마 속에서 우리 일상생활에 만연한 혐오를 밖으로 들춰내고 드라마를 보는 사람마저도 불편함을 느끼게 만든다.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물 사이의 대화와 사건 전개를 통해 문제를 바로잡아준다.
누군가는 이 드라마가 너무 젠더 문제를 너무 들춰내고 과장해서 표현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본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이에게는 지겨울 정도로 일상이 된 문제일 것이다. 만약 너무나도 불편하다면 혹시 내가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언내추럴>은 법의학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어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에피소드 형식의 드라마로 일단 한 에피소드만 본다면 그리고 에피소드 마지막에 흘러나오는 요시네 켄시의 <Lemon>을 듣게 된다면 자연스레 다음 화를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