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괴한의 습격을 받고 기절한 ‘아드리안’. 깨어나 보니 연인 ‘로라’는 이미 사망한 후다. 정황상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그는 누명을 벗기 위해 은퇴를 앞둔 최고의 변호사 ‘구드먼’에게 변론을 요청한다. 그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단 180분. 세 시간 내에 그날의 무죄를 증명해야 하지만, 구드먼의 심문에 아드리안의 진술이 하나씩 더해질수록 ‘그날’의 사건이 재구성된다.
<인비저블 게스트>는 내게 가장 강렬하게 기억되는 영화들 중 하나다. 어떤 정보도 없이 이 영화를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극적인 연출이나 화려한 액션 없이 영화는 잔잔한 듯 흘러가지만, 시시각각 바뀌는 사건의 진실을 마주하는 관객들은 한 시간 반의 러닝타임 내내 숨죽이며 ‘그날’의 사건에 몰입하게 된다. 그리고 맞이하는 영화의 엔딩에서 우리는 ‘아드리안’만큼 놀라고, ‘구드먼’만큼 분노하게 될 것이다.
스페인 영화를 접할 기회가 많지는 않았지만, 내게 스페인 영화는 건조하고 날카로운 영화로 인식된다. 이는 지금까지 본 스페인 영화 두 편이 모두 오리올 파울로 감독의 영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리메이크 작인 <사라진 밤>으로 우리에게 더 익숙한 <더 바디>부터 <인비저블 게스트>까지, 오리올 파울로 특유의 버석한 연출은 영화에 긴장감을 더하는 핵심 요소다. 영화를 끝까지 본다면, 파올로식 스토리텔링에 매료될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