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같은 영상을 만드는 딸 케이티, 공룡 덕후 아들 닉, 괴상한 베이킹 전문 엄마와 고집불통 아날로그 인간 아버지 존까지. 케이티는 이 가족을 최악의 가정이라고 부른다. 자유분방한 케이티와 그의 고지식한 아버지는 사사건건 부딪힌다. 어딘가 삐걱삐걱 대는 것이 이상적이고 단란한 가족의 모습은 아닌듯하다. 케이티가 만든 단편 영화를 보면서 이런 걸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냐느니, 네 일이 잘 안 풀리면 우리가 도와줄 수 없을까봐 우려된다느니 하는 걱정을 빙자한 망언을 쏟아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케이티는 캘리포니아의 어느 영상 대학교에 합격하고, 집을 떠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대망의 그날, 집을 떠나 공항으로 출발하려는 바로 그 때, 아빠가 말한다. 가족들 모두 98년식 웨건을 타고, 케이티의 대학교가 있는 캘리포니아까지 자동차 여행을 떠나자고! 네 비행기 표는 취소했다!
우리의 착한 딸, 케이티는 그렇게 막돼먹지는 않았다. 나름대로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장단을 맞춘다. 그렇게 여지없이 삐걱대는 가족 여행 중 국민 비서 앱 ‘팔’이 최신 업데이트되고, 기계들의 지구 정복이 시작된다. 마구잡이로 사람들을 잡아가두고 우주로 날려버릴 무시무시한 계획을 실현하려 하고, 이 이상한 가족이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 된다. 이 과정을 영화 <미첼 가족과 기계전쟁>은 아주 유쾌한 방법으로 설명한다. 3D 애니메이션에 2D를 곁들이는 방식도 재치 있고, 인터넷 밈이나 실사 장면도 종종 등장한다. 대 미디어 시대라 나올 수 있는 요소들이 대단히 흥미롭다.
이해받길 원하지만 이해하지 못하며, 서로에게 상처 주고 상처받던 그들은 극한의 상황이 되어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평생의 꿈이었던 직접 지은 오두막을 떠나 도시로 오게 된 이유, 세상에 거절당하지 않기를 바라고, 어릴 적 유치한 모습을 그리워하는 이유도. 멋진 모습으로 성장하는 날 보여주고 싶은 이유도. 지겹지만,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크고 작은 감정싸움은 여느 가족들의 그것과 똑같다.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관계란 쉽지 않다. 트리케라톱스 대이동에 대한 기나긴 설명을 들어줘야 할 때도, 내 얼굴 모양의 괴상한 컵케이크를 먹어야 할 때도, 솔방울이랑 드라이버 얘기 밖에 안 하는 아빠를 그냥 믿어줘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다면 그것도 할만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들 역시 늘 각자의 방식대로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생각보다 더 많이. 서로의 부족한 점까지 사랑하는 현실의 모든 미첼 가족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