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하면 다정한 품성으로 모두에게 지혜로운 조언을 건네는 모습을 상상하기 쉽다. 그러나 영화에 등장하는 폴레트의 모습은 우리가 으레 떠올리는 할머니와는 전혀 다르다. 흑인 사위와 손자를 미워하고, 동양인이 운영하는 식당에 바퀴벌레를 넣고 컴플레인을 건다. 인종차별을 일삼는 꼬장꼬장한 폴레트는 어쩌다 베이커리를 운영하게 되었을까? 왜 그녀의 베이커리에는 늘 사람이 바글바글하며, 그들은 왜 하나같이 어딘가 광기가 서려있거나 초점 잃은 눈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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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죽고 한 달에 600유로 남짓의 노인 연금으로 생활하던 폴레트는 세금을 미납했다는 이유로 재산을 압류당하고,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약 판매상이 되기로 결심한다. 의외의 사업 수완으로 높은 실적을 쌓던 폴레트는 ‘우리 구역에 침범하지 말라’며 다른 마약상들에게 폭행당하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마약을 팔기로 한다. 바로 젊은 시절의 베이커리 운영 경험을 살려, 마약을 넣은 빵을 파는 베이커리를 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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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식 블랙 코미디를 보여주는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는 우리가 외면하기 쉬운 가난한 노인의 삶을 유쾌한 시선으로 조명하며, 그 과정에서 좋은 노년이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던진다. 마땅한 직업을 갖기 어려운 나이 든 노인, 남편을 잃고 홀로 살아가는 폴레트는 시장 뒤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져 쓸 만한 식재료를 찾아 헤매고, 쓰레기장에서 주운 물건들로 집을 장식한다. 어떻게든 홀로 살아남아야 하는 폴레트에게 마약 밀매는 마지막 궁여지책이었을 것이며, 우여곡절 끝에 열게 된 ‘수상한 베이커리’는 젊은 날 치열하게 살아온 폴레트의 삶이 그에게 선물하는 보답 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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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레트의 대마초를 넣은 사블레와 대마 스펀지케이크, 대마 부인 머랭은 국내외 마약 중독자들에게 빠르게 소문이 나고, 일대를 장악하는 ‘마약 맛집’으로 소문이 난다. 짭짤하게 땡긴 수완으로 폴레트는 오랫동안 갖고 싶던 TV를 사고, 친구들과 손자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폴레트의 사업 아이템으로 사업 확장을 꿈꾸던 갱단의 우두머리 ‘비토’와의 마찰로 결국 경찰에게 발각된 폴레트가 내린 ’폴레트다운’ 과감한 결정은 그가 꽤나 영리하고 감 좋은 사업가임을 보여주며 유쾌하게 엔딩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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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리를 열고난 후 사위와 손자의 좋은 모습을 볼 줄 알게 되고, 주체적인 선택을 하게 되며, 주변을 포용하는 법을 알게 되는 폴레트의 모습을 지켜보며 묘한 안도와 기쁨을 느낀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돈이 생기고 나서 비로소 삶에 찾아온 여유는 폴레트가 ‘꽤나 괜찮은 노년’을 누릴 수 있게 한다. 영화는 줄곧 가볍고 유쾌한 태도를 유지한다. 그러나 괜찮은 인간으로 살기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것이 결국 돈이며, 사회에서 소외당하기 쉬운 노인들의 가난한 삶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되새겨본다면, 마냥 가벼운 마음으로 대할 수만은 없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