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북 전쟁 시대, 탈영한 부상병 '존'이 여자들만 다니는 신학교에 들어오게 된다. 교장 선생부터 학생들까지 존의 다친 다리를 치료해 주며 그에게 매혹되는 과정과, 존이 밀당(?)하는 초반에는 정말 로맨스 장르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여자들 사이에 팽팽하게 당겨지던 긴장의 끈이 탁 끊어지는 순간, 본격적으로 스릴러가 시작된다. 여러 사람에게 환심을 사려고 했던 존의 행동이 발각된 날. 저마다의 이유로 존에게 매혹된 그녀들은 그의 다친 다리를 잘라야 한다고 협상한다.
여성들과 사귀며 학교의 일원이 되어가던 존의 바람이 발각된 날, 조금은 지루하게 흘러가던 영화는 본격적으로 스릴러로 변신한다. ‘에드위나’는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던 존이 ‘알리시아’와 침대에 있는 것을 보고 분노에 차 그를 몰아세운다. 에드위나에게 해명을 하다가 밀쳐진 존은 중심을 잃고 계단에서 추락한다. 학교의 원장 ’마사’는 기절한 존과 학생들을 보고, 그가 자신 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과도 관계를 맺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절단하지 않으면 썩어들어 간다며, 그동안 열심히 치료해주던 다리를 잘라낸다. 깨어난 존은 다리가 잘린 것을 보고 매우 분노한다. 이야기는 격분한 존과, 그를 사랑했던 일곱 여자의 대결로 치닫는다.
영화의 초반은 마치 화보처럼 '예쁜 것들'만 보여주려고 의도했다. 그만큼 조명과 구도가 계획적으로 배치되어 있어, 강렬한 명암과 연극적인 인물들이 특징인 카라바조의 화풍을 생각나게 했다. 이러한 분위기 덕분에 결말로 갈수록 섬뜩함이 극대화되었다고 생각한다. 안전하고 편안했던 공간에서, 한순간에 운명이 바뀌게된 존이 느끼는 분노와 공포가 무섭게 다가온다.
사실 <매혹당한 사람들>은 소설이 원작으로, 1971년에 한번 영화화된 적이 있다. 2017년에 와서 <대부3>, <마리 앙뚜아네트>의 감독 소피아 코폴라가 리메이크한 것이다.
1971년 영화는 한 명의 남성과 다수의 여성들의 사랑, 그리고 성적인 갈등이 고조되다가 파국에 이르는 로맨스에 중심을 두었다. 반면 2017년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로맨스보다는 스릴러에 초점을 맞추었다. 전쟁이라는 가혹한 상황에서 억눌려있던 사람들의 욕망이 어떻게 변질되는지 보여준다.
왼쪽부터 카라바조, 구스타프 클림프,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유디트
이렇게 같은 원작을 바탕으로, 인물 성격부터 스토리까지 다르게 표현된 것에서 성경 속 인물인 ’유디트(Judith)’가 떠올랐다. 유디트는 적군 홀로페르네스 장군과 동침하여 그가 자는 사이 목을 벤 영웅으로, 숱한 서양화에서 다뤄진 이야기이다. 대표적으로 앞에서 언급한 카라바조부터, 구스타프 클림트까지, 수많은 남성 화가들이 유디트를 적군을 유혹하고 죽이는 ‘아름다운 요부’로 표현하였다. 반면 여성 화가였던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유디트를 남편을 죽이고 자신을 성폭행한 이에게 복수하는 ‘개인’으로 그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