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를 다니던 대학생 율리에는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자퇴를 하고, 심리학을 공부하던 중에는 서점 임시직으로 일하며 사진 기술을 배운다. 그러던 중 성공한 만화작가 악셀과 사랑도 시작하게 된다. 무언가 새로운 일을 계속하며, 자신을 더 찾아보고 싶은 스물아홉 율리에와 달리, 이미 성공한 만화 작가 마흔넷의 악셀은 보다 안정적인 생활을 꿈꾼다.
서로 다른 인생의 단계에서 만나 충돌을 겪던 둘. 율리에는 악셀의 신작 만화 발표회에서 당최 피할 수 없는 어떤 감정을 느낀다.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악셀, 그리고 보잘것 없어 보이는 나.
물론 지금의 삶과 사랑도 직접 선택한 것이지만, 그 순간 밀려온 질투, 자신에 대한 불안은 악셀과의 관계에서 조연으로 멈춰버린 자신에 대한 생각에까지 이른다. 그러고는 귀갓길에 충동적으로 들른 누군가의 피로연장에서 율리에는 새로운 남자를 만나게 된다.
이 영화에서 남자는 율리에가 삶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시기에 배치되어 있다. 율리에의 선택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음이 분명하다. 홧김에 바람을 피우고, 바람을 피운 상대와도 알 수 없는 행동투성이다. 하지만 그 모습이 이해 가지 않는 게 정상일지 모른다. 나조차도 나를 이해 못 하는 경우도 수두룩한데 말이다. 율리에의 서른 살은 오랜 기간 무명 배우로 살아오다 목수로 전향하기 직전 캐스팅 전화를 받아,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쥔 배우 레나테 레인스베의 인생과도 일치하는 면이 있어 더욱 인상 깊다.
누군가 손가락질하더라도 율리에는 낯선 길을 택한다. 가끔은 후회하기도, 아프기도 하겠지만 그는 모든 책임을 감당해낼 것이다. 누군가에겐 최악이 될지라도 당신이 마음껏 사랑하고, 기꺼이 새로 시작할 수 있길 바란다. 결국에는 자신만의 방을 찾아낸 율리에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