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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사랑하면 신경 쓸 것이 많아진다. 나는 우리 집 강아지를 사랑하고 나서부터는 땅바닥에 있는 작은 것들도 신경 쓰게 되었다.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유리 조각을 혹시 밟지는 않을지 눈 오는 날 미끄럽지 말라고 뿌려놓은 것들이 혹시 아프게 하지는 않을지 등 예전에는 신경 쓰지 않던 것이 강아지를 키우고 나서부터는 신경 쓰였다.

이 영화는 산속에 사는 고양이와 그런 고양이를 보살피는 소영의 대화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개에게 쫓기다 나무 뒤에 숨어있던 고양이를 우연히 발견한 소영은 그날부터 그 고양이의 밥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우연이었지만 점점 그 고양이를 살리고 싶어서 챙겼다. 사랑하기 때문에.

하지만 그런 소영은 지금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 심지어 행복이 차가운 것이라고 했다. 소영은 예전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는 것이 들렸다. 자동차를 보면 고양이들의 죽음을 걱정하고 이제는 사람을 경계하기도 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일은 그런 일이다.

짧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이지만 어느 영화보다 현실적으로 길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잘 표현했다. 아마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더욱 공감할 것 같다. 사랑을 할 때 그저 사랑만 하면 좋겠지만 우리는 걱정, 슬픔 등의 감정도 함께 느껴야 한다. 마치 그 감정마저 사랑에 포함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단순히 고양이가 예뻐서 못 살겠는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그런 고양이가 잘 살길 바라며 어떻게든 살아남길 바라는 사람의 시선으로 만든 영화가 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