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러너 2049>는 1982년에 나온 ‘블레이드 러너’의 후속으로 전편으로부터 30년이 흘렀다는 설정을 지닌다.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 리플리컨트. 이 리플리컨트들이 감정을 갖게 되고 연이은 반란을 일으키자 인간은 신모델을 제작한다. 인간에게 순종할 것. 새로운 리플리컨트의 주된 기능이다.
주인공 K는 신형 리플리컨트다. 반란을 일으킨 전작의 리플리컨트를 찾아 죽이라는 임무를 받은, ‘블레이드 러너’가 그의 역할이다. 그는 주기적으로 감정 검사를 받는다. 일정한 수치가 넘어가면 K 또한 폐기물 대상이 된다. 감정은 인간과 로봇의 뚜렷한 차이점이다. 그러나 K에게 감정이 피어나는 일이 생긴다. 자아의 시작이었다.
반란을 일으켰던 리플리컨트 중 하나를 사살하러 갔던 K는 그의 집주변에서 아이를 낳다 사망한 리플리컨트의 유골을 발견한다. 리플리컨트가 아이를 임신하고 낳을 수가 있다고? K는 리플리컨트와 인간의 차이에 관해 고민한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에게는 인간처럼 ‘영혼’이 있지 않을까… K는 생각한다. 하지만 위에서는 그 아이를 찾아 데려오라는 명령한다. K는 아이의 흔적을 찾기 시작한다.
내가 그 아이는 아닐까…?
아이의 기록을 쫓던 K는 리플리컨트가 남여 쌍둥이를 낳았지만 여자 아이는 사망하고 남자 아이는 고아원으로 보내졌다는 걸 알게 된다. 어딘가 익숙한 기억에 K는 혼란스럽다. 어린 시절 자신이 있던 고아원이 머리속에 자꾸만 그려지고, K는 의심하게 된다. 내가 그 아이는 아닐까. 헛된 작은 희망이 피어난다.
K는 결국 리플리컨트에게 기억을 심는 박사를 찾아간다. 자신의 기억이 진짜인지 구별해달라고 부탁한 K는 박사로부터 충격적인 사실을 전달받는다. 진짜가 맞습니다. K는 자신에게도 영혼이 있다는 과거의 열망과 존재의 이유가 확실해지는 순간을 맞는다. 하지만 늘 그렇듯 한 사람의 성장은 고통스러운 시련을 지나야 한다. 로봇의 성장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던 아버지를 찾아간 K는 반란군들을 만나게 된다. K에게 함께 하자고 제안한 반란군의 리더는 K가 조사한 바와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직접 그 아이를 낳는 걸 봤고 아이는 쌍둥이가 아닌 여자아이 한 명이었음을. K가 조사한 기억의 조각들은 전부 거짓이었음을 말한다. 리플리컨트에게 기억을 심는 박사가 바로 그 아이였기 때문이었다. 모든 진실을 알게 된 K에게 반란군 리더는 묻는다.
네가 특별한 존재인 줄 알았던 거야?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속, 내가 경험한 가장 큰 좌절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보통의 리플리컨트가 아니라 인간과 리플리컨트의 혼혈, 그 특별함을 지닌 줄 알았던 K와 내 일기장 속 한 페이지는 맞닿는다.
하지만 K는 희망을 품었고 자신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생각했다. 반란군을 도왔으며, 비록 그의 육신은 지켜지지 못했지만 차디찬 눈 위에 누워 자신의 삶을 되뇐다. 그런 K에게 우리는 인간이 아니라고,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러니 여전히 성장통을 겪고 보통의 나로부터 고통받고 있다면, 이 영화를 봤으면 한다. K도 우리도 대단한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