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어른으로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좋은 어른’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좋은 어른이란 상대에 귀 기울이고 필요한 순간에 건넬 수 있는 적절한 경험과 조언을 가진 사람. 주관이 뚜렷하지만 상대를 존중할 줄 알고, 누구에게나 유한 태도를 지녔지만 본인의 삶을 단정하게 꾸려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
영화 <인턴>을 처음 봤을 때, 막연히 머리 속으로만 상상해 왔던 ‘좋은 어른’을 실제로 만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창업 18개월 만에 직원 220명의 회사로 성장시킨 젊은 CEO ‘줄스’와, 그의 시니어 인턴으로 입사한 ‘벤’의 관계는 보는 이로 하여금 충만한 만족감을 준다. 영화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회사와, 업무와, 동료들을 대하는 벤의 태도였다. 그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모습. 무언가를 숨기려고 하지도, 더 내세우려고 하지도 않는 자연스럽고 담백한 그의 태도는 나의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게 했다. 그건 나이가 든다고 해서 모두가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을 평등한 시선으로 진지하게 대해 왔을 그의 시간이 그려졌고, 그가 살아온 삶을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2년 새해 첫 영화로 <인턴>을 보게 된 건 잘 한 일이었다. 벤’을 보며 좋은 인생이란 목적이 아닌 방향에 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자주 망각하기에 자주 되새길 것이다. 인생의 도착지를 내가 고를 수는 없어도, 삶의 방향 키를 어느 쪽으로 둘 지 정도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