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닝이란, 장소와 사물에 깃든 영혼과 소통하는 초자연적인 능력이었다.
대니는 샤이닝을 통해 오버룩 호텔에서 벌어졌던 과거를 보게 된다.
힘이 초인적으로 세거나, 손에서 거미줄이 나가는 등, 위협을 직접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닌 단순히 과거를 보는 능력.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참 보잘 것 없는 능력이다. 왜 하필 과거를 보는 능력일까? 그 이유는 공포 영화의 공식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 농경시대에는 동물이나 자연 현상 등, 초자연적 현상이 공포의 대상이었다. 근대에는 공포의 대상이 같은 사람으로 향했다. 산업시대 소설 <프랑켄슈타인> 속 괴물 프랑케슈타인이 프롤레타리아, 즉 산업 혁명의 노동자 복장을 입고 있는 것이 예시이다. 또한 요즘 많은 한국 범죄 영화에서는 조선족이 악역으로 등장하지 않는가.
프로이트에 의하면, 인간은 아기 때부터 부모로부터 습득한 사회적인 '정상성'과 다른 모습을 한 대상을 마주하면 불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스스로 인과 관계를 만들어내는 시도를 한다. 이런 인과는 이야기, 즉 괴담으로 발전했다. 가상의 괴담은 구전으로 전해지다가 소설이 되고, 영화가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캐나다 영화학자 '로빈 우드'가 더욱 명확하게 설명했다. 로빈 우드에 따르면 ‘일부일처, 이성애, 부르주아, 가부장, 자본주의’는 우리 사회의 '정상'으로 정의된다. 여기서 정상의 범위에 해당하지 못한 여성, 아이, 프롤레탈리아, 다른 인종, 양성애와 동성애 등은 ‘비정상’으로 규정된다. 이렇게 타자가 된 존재들은 정상 세계를 위협하는 불안함을 유발하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여성과 어린이는 가상 세계에서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구루병 환자에서 착안된 늑대인간, 조선 시대 정절을 지키지 못하거나 어머니가 되지 못한 비유교적 여성인 처녀귀신 등. 문화권마다 다양한 모습을 한 괴물들은 그 사회의 주류 속하지 못한 타자를 대상화한 모습이다.
<샤이닝>이 호러 영화 역사상 가장 높게 평가되는 이유는, 호러 장르의 공식을 깨는 첫 시도였기 때문이다. 작품이 만들어진 1980년대는 호러 영화의 전성기였다. 호러 영화는 기본적으로 주인공이 속하는 정상 세계에, 위에서 언급한 괴물이 침입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그러나 샤이닝에서는 이 공식을 비틀었다. 사회적 주류이자 정상성을 대표하는 가장이자 아버지인 잭은 스스로 몰아넣은 고립감에 서서히 괴물이 되어간다. 그리고 비주류에 속하는 아이와 어머니는 괴물의 희생양이 될 뻔하지만, 마침내 완전히 괴물이 된 잭으로부터 벗어난다.
대니의 초능력 '샤이닝' 덕분이었다. 과거의 영혼과 이야기할 수 있는 이 능력이 그들이 도망치는 데에 중요한 열쇠가 된다. 과거에 살해당한 두 쌍둥이를 마주한 대니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머니에게 보고 들은 것을 전한다. 둘은 호텔의 망령에 사로잡히지 않고 피하는 것을 택한다. 잭이 호텔의 망령의 말을 듣다가 미쳐버린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렇듯 더이상 타자가 아닌 주체로서 어머니와 아이가 살아남는 결말은 과거를 인지하고 미래로 나아가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기존의 공포 영화 틀을 깬 서사적인 카타르시스와, 끈질긴 스테디 캠으로 기다림 끝에 공포가 있는 연출적인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영화 <샤이닝>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