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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와 같은 할리우드 배경, 아름다운 노을. 다른 것은 이들이 백인 남녀가 아니라 흑인 트랜스젠더들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하나의 차이점은 모든 것을 달리 만든다. 미아와 세바스찬이 그리니치 천문대에서 탭댄스를 추고 있을 때 그 아래엔 이들이 있었다.

햇빛이 쨍쨍한 LA의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 갓 출소한 신디는 남자친구의 바람 소식을 전해 듣고는 불타는 복수심에 상대 여자를 찾아 나선다. 빵빵한 비트의 힙합 음악, 붉은빛 노을과 함께. 이 영화의 줄거리는 이 한 줄이다. 남자친구와 바람난 여자를 찾아서 처단하는 이야기. 그렇지만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흑인 트랜스젠더라는 존재를 특별히 어둡거나 외롭게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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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와 잔 여자를 찾겠다고 온 동네를 뒤집어 놓는 신디도, (남자친구를 조져야지 왜 애먼 사람을 찾는담?) 영문도 모르고 구타 당하는 백인 여성도, 바람은 본인이 피워놓고 여자들 문제라고 발뺌하는 남자친구도, 가정을 두고 트랜스젠더 성매매를 찾는 택시 기사와, 이를 알면서도 가정을 위해 모르는 척하는 아내 역시. 어느 삶이 옳다고 말할 순 없다. 그저 현실일 뿐이다. 실제 트랜스젠더들을 길거리 캐스팅하고, 아이폰 5S로 촬영한 이 영화는 지독히도 현실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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탠저린을 비롯한 영화에서 여성들의 우정을 다루는 방식이 퍽 마음에 든다. 어떨 때는 무엇보다 사랑에 가까워 보인다. 신디의 복수극에서 손 떼겠다고 말하면서도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과, 눈에 뵈는 것 없이 동네를 들쑤시다가도 꼭 가야 하는 7시의 공연, 세탁소에 마주 앉아 다시 한번 내미는 손까지. 나를 부정하는 세상에 살지만, 우리는 나를 부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나를 가여워하지 않는다. 나는 우리의 사랑으로 나아간다.

소수자라고 손해 보고, 참고, 숨어 살지 않을 것이다. 성기가 권력인 양, 아무렇게나 몸을 놀리고는 나와 내 친구 탓이라는 남자친구의 비하 섞인 말에도 (야 근데 나도 달렸어!), 길 가던 차의 오줌 테러에도, 그러니까 이 모든 세상에다 과감히 가운뎃손가락을 올릴 것이다. 내 옆의 썅년들의 손을 꼭 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