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대왕>은 무슨 내용이야?

군사 훈련을 받은 25명의 소년들이 무인도에 표류된다. 해변에서 구조를 기다리자는 리더 랄프(왼쪽)와, 섬 안으로 들어가자는 가장 사냥을 잘하는 소년 잭(오른쪽). 그들의 갈등은 점차 고조되다가 섬의 자연, 그리고 친구들까지 희생시키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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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원작은 윌리엄 골딩의 소설로, 이야기 안에서 소년들은 6살에서 11살 정도로 어리다. 하지만 숫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된다. 어린 아이를 캐릭터로 각각 다른 이념을 상징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마치 소설 <동물 농장>의 동물들처럼, 랄프는 문명과 이성, 잭은 인간의 본성을 대표한다.

주인공은 어떤 사람인데?

뿌우~📯 헤르미온느 같은 성격의 랄프

뿌우~📯 헤르미온느 같은 성격의 랄프

해변에서 구조를 기다리자는 리더 랄프는 앞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규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해변에서 발견한 소라 고둥에 구멍을 뚫는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앞으로 누구든지 의견이 있으면 소라 고둥을 불고, 다른 사람들은 고둥을 분 사람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선언한다.

오자마자 적응 완료. 옷 벗고 먹을 거 찾는 베어그릴스... 아니 ‘잭’

오자마자 적응 완료. 옷 벗고 먹을 거 찾는 베어그릴스... 아니 ‘잭’

반면 이런 작은 섬까지 찾지 못한다며, 처음부터 앞으로 여기서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 . 그는 가장 먼저 섬을 탐색하다가 토종 돼지를 발견한다. 자신의 의견대로 무리를 이끌기 위해, 랄프보다 리더십을 인정받을 필요가 있던 그는 돼지를 사냥하여 아이들을 배부르게 먹인다.

그래서 어떻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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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가 길어지자 25명의 소년들은 랄프와 잭의 세력으로 나뉘고, 처음에는 그저 업무의 분담이던 잭팀과 랄프팀은 점점 서로를 이해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잭의 행동력과 카리스마는 소년들의 큰 지지를 받는다. 잭의 세력은 점차 커지고, 그들은 랄프의 고둥 소리를 무시하며 갈수록 이성을 잃고 마음가는 대로 행동한다.

충동적이고 야만적인 잭은 사냥을 잘해서 고기를 공급하지만, 결국 섬의 자원을 생각없이 사용하며 파멸을 부추기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년들은 그런 잭을 따른다.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무인도에서 잭을 따라하면 편하고, 재밌기 때문이다. 무인도에서 생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랄프와 잭은 정반대의 길을 걸으며 끝까지 화해하지 못한다.

결론은 뭐야? 스포 없이 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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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에 따르면 지구온난화가 더 이상 멈출 수도, 늦출 수도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국가 차원에서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데, 우리의 문명은 탄소 배출을 기반으로 하니 문명 생활을 포기하는 수준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하지만 여름과 겨울에도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쾌적함과, 변기 레버를 누르면 자동으로 처리되는 위생적인 삶. 이런 것들을 과연 나는 포기할 수 있을까? 이러한 위선에서 나는 이 영화가 떠올랐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탄소 규제가 시급하지만, 행동은 그렇지 못하고 있으니.

25명의 소년들을 인류로 생각했을 때, 소년들에게는 구출하러 올 무인도 밖의 어른들이라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구에 사는 우리는 누군가 구하러 올 수도, 밖으로 나갈 수도 없으니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소라 고둥’을 무시하면 안될 것이다.

인류의 문명은 지구의 시간에서 보면 놀랄 정도로 가파른 속도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눈부신 발전 뒤에는, 수많은 다른 인종, 성별 뿐 아니라 지구에 공존하는 동식물의 희생이 놓여있다. 애석하게도, 그동안 소외당하고 희생되어온 존재들에게 진 '빚'을 갚을 시기가 우리 세대에 다가왔다. 앞으로 '가불'했던 '빚'을 갚아나가는 마음을 가져야 지속가능한 인간 문명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