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will be found”
디어 에반 핸슨. ‘사랑하는 에반 핸슨에게’라는 말로 시작하는 편지가 매일 아침 에반 핸슨에게 도착한다. 오늘은 행복할 거라는 긍정의 말이 가득 쓰여있다. 이토록 다정한 편지를 에반 핸슨에게 보내는 사람은 누구일까. 에반 핸슨, 스스로다. 그는 정신과 의사로부터 매일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라는 미션을 받았다. 하지만 편지에 쓰인 소중한 문장들은 에반 핸슨에게 닿지 못한다. 그의 편지는 곧 자기혐오로 가득 차고 만다.
팔이 부러져 깁스를 했지만, 그 하얗고 단단한 것을 꾸며줄 친구가 에반 핸슨에게는 없다. 남들에게는 흔한 추억이 에반 핸슨에게는 간절한 소원이다. 깁스를 하지 않았더라면, 친구가 없다는 게 이렇게 티나지도 않았을 텐데. 에반 핸슨은 이미 두꺼운 석고로 덮인 자신의 팔을 자꾸만 가린다. 겹겹의 상처들이 쌓이고 쌓인다. 그러다 다가온 또다른 외톨이 ‘코너’. 에반 핸슨이 불안장애를 겪고 있다면, 코너는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다. 외로운 사람은 외로운 사람을 알아본다고 에반 핸슨의 깁스에는 코너의 이름이 새겨진다. 그러나 이 위태로운 우정은 몇 시간도 가지 못한다.
코너는 에반 핸슨의 깁스에 이름을 남긴 채,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디어 에반 핸슨’이라 적힌, 에반 핸슨이 스스로에게 쓴 편지와 함께. 그렇게 우연히 에반 핸슨의 편지는 코너의 마지막 유언이 되고, 에반 핸슨과 코너는 절친한 친구 사이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다. 코너와 에반. 고작 두 마디 정도 나눈 베스트 프렌즈. 어쩌다 피어난 오해들은 에반 핸스에게 새로운 삶을 가져다준다. 세상이 에반 핸슨의 존재를 알기 시작한 것이다.
거짓말이 나쁘다는 걸 알지만 하게 될 때가 있다. 편해서가 아니라 가끔은 너무나도 간절해서 남을 속이고 나 자신까지 속이게 되는 순간이 온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라며 스스로를 토닥이는 것처럼 어쩌면 우리는 매일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에반 핸슨이 사실을 말하지 않아 상황이 악화되고, 결국 진실이 드러나면 상처받을 사람이 많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를 연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You will be found. 외로운 나를 발견할 누군가, 내 슬픔을 봐줄 누군가가 있기를 우리는 언제나 갈망하지 않은지.
모든 진실이 드러나고 에반 핸슨의 곁에 남는 사람은 엄마뿐이다. 여전히 그에게는 친구가 없다. 하지만 누구보다 절친한 존재가 그의 곁에 남아 에반 핸슨을 돌봐주고 마음을 알아준다. 에반 핸슨의 유일하고도 소중한 친구, 에반 핸슨 스스로다. 디어 에반 핸슨. 사랑하는 에반 핸슨에게. 그는 마침내 진심으로 스스로에게 다정한 말을 남길 수 있게 된다.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딱 한 가지다. 긴 러닝타임이 끝나고 난 후에는 그대도 그대를 사랑할 수 있었으면 해서다. ‘디어'라는 단어를 진심으로 자신에게 붙여줄 수 있게 되었으면 한다. 세상 참 각박한데, 나 자신 얼마나 대견한가! 귀엽고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