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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곱슬로 아침마다 머리를 펴는 ‘나기’는 사람들 눈치를 너무 본다. 말을 해야 할 때면 온갖 대답 시뮬레이션을 머릿속에서 굴린다. 후보 1, 2, 3 중 뭘 말하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러다가 말할 타이밍을 놓치기도 한다. 소심함으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한다. 회사 동료들도 나기를 무시하기 일쑤다. 그런 나기에게 유일한 휴식처는 비밀 사내연애를 하고 있던 ‘신지’. 결혼까지 생각했는데.. 신지가 자신의 뒷담화하는 것을 보고 충격받아 과호흡으로 쓰러진다. 그리곤 도심에서 먼 동네의 낡은 아파트로 도피한다. 자신을 잃고 인간관계의 허탈감을 느낀 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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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마 나기, 28 무직 잠시 휴식기를 갖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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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는 달라지기로 한다. 그저 누워서 지친 자신에게 쉼을 주는 것이 아닌 진정한 나를 찾아 나서는 휴식기를 가지기로 한다.

사람들은 ‘나 쉴 거야!’, ‘나 휴식기를 가질 거야!’라고 외치며 어디든 놀러 다니거나 집에서 뒹굴뒹굴하며 폰만 쳐다본다. 특별할 것 없는 평일을 보내다가 주말도 매주 특별할 것 없게 쉰다. 내게 주어진 삶에 나를 끼워 맞춰 내 삶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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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에게 필요한 휴식은 무엇일까? 바쁜 일상 속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잊어가면서 휴식기간이 주어져도 두리뭉실하게 쉬기도 한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면서 내가 바꾸고 싶은 부분을 천천히 고쳐나가고 내가 나로서 살아갈 수 있게 기반을 다지는 것이 필요한 시기일 수도 있다.

잃어간 나를 찾으면서 또 푹- 쉬면서 나기는 자신의 ‘잠시 휴식기’를 보냈다.

남의 눈치를 너무 정말 지나치게 많이 보던 나기는 머릿속에서만 내뱉던 자신의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는다. 딱히 언급할 만한 사람들이 없던 자신의 인간관계에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 친구들을 추가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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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고쳐지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순간에 남자에게 얽매이거나 엄마라는 굴레 속에 묶이는 것. 모든 것이 쉽게 풀릴 수는 없으니까 나기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진짜 나를 향해 한 발자국씩 걸어간다. 인생의 전성기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살면서 처음으로 인생의 전성기라고 생각할 만한 시기도 찾아온다. 또한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일상에서 문득 찾아서 도전해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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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작은 단칸방의 집이지만, 나기는 그곳에서 어느 때보다 편안하다. 왼쪽 옆집의 아이와 아이 엄마, 오른쪽 옆집의 나의 마음을 봐주고 위로해 주는 남자, 윗집의 편안하게 보듬어주는 할머니, 그리고 앞 아파트로 이사를 온 진짜 친구가 되어가는 여자까지. 아무것도 없던 인간관계 속에 작은 일상과 꼬임들이 쌓여가면서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어 나간다.

한국은 휴가가 보통 여름과 겨울에 있다. 사계절인 우리나라에서 가장 극에 있는 중간이 없는 계절에 휴식을 택한다. 그런 계절에서 힘들었던 내가 가장 부각되기도 한다. 나기도 ‘잠시 휴식기’를 가졌던 배경의 계절이 여름이었다. 덥고 습하고 장마에 태풍까지 여름은 현재진행형일 때는 지긋지긋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 가장 덥고 극이었던 날씨를 보내고 우리는 ‘여름이었다’라고 하곤 한다. 여름을 버텨냈기에 이 계절을 아름답게 회상하듯 말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버텨내는 것이 극에 달았던 여름에 나기가 휴식기를 취했다. 그리곤 가을이 찾아올 때 휴식기를 마쳤다. 우리도 이번 여름엔 나기가 말하는 진정한 ‘잠시 휴식기’를 가져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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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을 때는 어색하게만 웃었던 나기는 ‘잠시 휴식기’를 끝내고는 활짝 웃는다. 😊

휴식기를 끝내고 나기는 다시 기존의 삶으로 되돌아간다. 새로워진 진짜 나기인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