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지녔던 터무니없는 꿈 중에 하나는 발레 '호두까기 인형'에 아역으로 출연하는 일이었다😅 무려 주인공으로 발탁되어 호두까기 인형을 품에 안고 춤을 추는 상상을 하곤 했다... 매년 겨울, 한 아이는 엄마의 손을 잡고 들어간 극장 속에서 무한한 환상을 선물받은 거였다. (사실 에디터 네즈는 할 수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출연하고 싶다...) 그렇게 눈부신 경험을 함께 지닌 아이들이 모이고 모여, '크리스마스는 곧 <호두까기 인형>이다'라고 생각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댄스 드림: 핫 초콜릿 호두까기 인형>은 '핫 초콜릿 호두까기 인형'이라는 작품의 비하인드를 담은 이야기다. '핫 초콜릿 호두까기 인형'은 유명한 연출가 데비 앨런이 기존의 '호두까기 인형'을 완전히 새롭게 해석한 작품이다. 그는 그저 극장에 앉아 환상을 보았던 아이들을 직접 '호두까기 인형'의 세계로 초대한다. 성인 댄서들이 주로 이루는 형식에서 완전히 벗어나 아이들로 무대를 꽉꽉 채운다. 아이들은 '호두까기 인형'의 주체가 되어 높이 날아오른다.
데비 앨런의 시선에서 시작된 새로운 '호두까기 인형'은 우리에게 두 가지를 강력하게 선물한다. 첫 번째는 모든 아이들이 자유롭고도 행복하게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이다. 그는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핫 초콜릿 호두까기 인형'을 올리면서 아이들에게 기회를 준다. 댄서들에게는 장학금을 주며, 관객들에게는 다채롭게 상상을 할 수 있도록 자극한다. 이 경험이 모이고 모여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두 번째는 무대에 서는 인종이 다양하지 않다는 깨달음이다. 발레는 특히 아직까지도 백인 댄서가 주를 이룬다.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는 미국조차도 유명 발레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흑인 발레리나, 동양인 발레리노는 손에 꼽을 정도다. 흑인은 피부색이 튄다는 이유에서 거절당하며, 동양인은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않아 표현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 발레단은 오랜 시간 백인으로만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데비 앨런의 '핫 초콜릿 호두까기 인형'에서는 다양한 인종의 댄서들을 만나볼 수 있다. '호두까기 인형'을 상상할 때면 그려지는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한 것이다. 그리고 내가 머릿속에 떠올린 '호두까기 인형' 속 장면은 백인 혹은 동양인으로만 가득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크리스마스에 다큐멘터리는 안 어울릴지 몰라도, <댄스 드림: 핫 초콜릿 호두까기 인형>은 다채로운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시각, 순수한 열정, 잊고 살았던 어린 시절의 상상이 한데 담겨있다. 그렇기에, 내가 콘텐츠를 선물하는 산타라면 그대의 머리맡에 <댄스 드림: 핫 초콜릿 호두까기 인형>을 살포시 두고 가고 싶다. 그대만의 '호두까기 인형'을 완성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