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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지 않기란 정말 힘든 일이다. 나는 너무나도 별 볼 일 없는데, 한 번 사는 인생을 충만하고도 빛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자면 자기혐오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내 머리인데도 멈추라는 말을 듣지 않고 계속되는 비교. 나를 싫어하는 일에 가장 진심인 건 나 자신이 아닐까. <어쿼드>의 주인공 제나도 하루하루 ‘왜 나는 저 사람처럼 살지 못할까.’라는 생각을 하며 산다. 하지만, 제나는 결심한다. 에라 모르겠다. 지금의 내가 아닌 내가 원하는 나로 살겠어! 그렇게 어제와는 다른, 어색한 제나의 앞날이 펼쳐진다.

제나가 이런 결심을 한 이유는 한 통의 충격적인 편지를 받고 나서다. 제나 앞으로 온 익명의 편지에는 ‘지금 모습으로는 네가 없어져도 아무도 모를걸. 밑에 적은 목록을 실행하는 걸 추천할게’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1. 겁쟁이 짓은 그만

편지를 읽은 제나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늘 그랬듯 자신의 블로그에 지금의 감정을 남긴다. ‘진실은 쓰다. 가끔 십 대란 사실에 죽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적는다. 제나의 앞날은 편지와 이 글로 인해 모든 것이 바뀐다. 이 모든 시작이었던 편지의 발신인이 자신을 낳은 엄마라는 걸 모른 채로. 그래서 제나의 성장은 아주 유쾌하고도 슬프게 흘러간다.

제나는 글을 작성한 후, 머리가 아파 아스피린을 먹으려 한다. 하지만 목에 걸려버린 알약. 고통스러워하며 아스피린을 토해내다 약통을 다 쏟고, 바닥에 잔뜩 널브러진 약들에 제나는 그만 뒤로 넘어지고 만다. 그렇게 쓰러지고만 제나. 눈을 떠보니 그는 극단적 선택을 하고자 했지만 실패한 십대가 되어있었다. 니은자로 깁스 한 부러진 팔과 함께.

그날 이후로 제나는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이룬다. 복도를 지나가면 모두가 나를 바라보기. 비록 제나가 오랜 시간 바라던 모습과는 전혀 다르지만. 학생들은 하나같이 제나가 겪었던 그날 밤에 관한 유언비어를 퍼트린다. 이상한 모양으로 깁스 한 팔도 한몫한다. 손을 든 게 아니라 석고에 들려 있는 건데 제나에게 발언권을 주는 선생님이 생기는 것처럼, 제나는 원치 않던 모두의 주목을 받게 된다. 하지만 제나는 예전과 같지 않다. 없어져도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겁쟁이 짓은 그만할 것이라고 온몸을 던져 다짐했으니.

<어쿼드>는 제나의 십 대와 학교 졸업 후 사회 초년생이 되는 모습까지 다섯 개의 시즌을 통해 보여준다. 다소 옛날에 만들어진지라 지금 보면 불쾌한 부분들이 있다. 남자친구인 매티가 너무 별로랄까. (제나야 헤어지길 잘했어…) 그럼에도 좋았던 이유는 드라마 중간중간 나오는 제나의 내레이션과 블로그에 쓴 글 때문이다. <어쿼드>의 가치는 여기에 있다. 제나의 목소리를 빌려 작가가 우리에게 전달하는 삶의 통찰과 위로는 제나처럼 위태로운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