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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시작되었다. 짙은 녹색과 습한 공기, 이상하리만큼 높게 울리는 소리가 무더움과 함께 밀려온다. 이 계절을 듬뿍 느낄 수 있게 올해도 <녹색 광선>을 찾게 되었다.

‘그린플래시’라고도 불리는 ‘녹색 광선’은 태양이 뜨거나 지기 직전에 태양 주변으로 잠시 녹색의 빛이 나타나는 광학 현상을 말한다. 아주 드물게 볼 수 있는 귀한 현상이기에 소설가 쥘 베른은 ‘이 녹색 광선을 보게 되면, 자신의 마음은 물론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게 된다’고 써내렸다. 그토록 신비롭고 아름다운 녹색의 빛. 영화 <녹색 광선>은 이 배경을 모티프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우연히 녹색이 행운을 불러올 거라는 점괘를 들은 델핀느의 삶을 통해. 그렇게 녹색 광선을 찾아 떠나는 여름날의 여정이 시작된다.

델핀느는 모두가 다 휴가를 떠난 파리에 홀로 남겨진 쓸쓸한 사람이다. 여름휴가만 거진 한 달. 델핀느는 이 길고도 짧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하다. 지루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는데 모두가 날 싫어하는 것만 같고 자존감이 점차 떨어지는 델핀느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놀기도 하고 남자도 만나려 해보지만 쉽지 않다. 델핀느는 왜인지 사랑 앞에서 지나치게 머뭇거려진다. 그런 델핀느는 녹색이 행운을 불러올 거라는 운세를 듣게 되고, 믿는다. 결국 녹색 광선이라는 현상을 누군가로부터 전해 듣고 그곳으로 향한다.

델핀느는 자신의 마음을 터놓은 한 남자와 결국 녹색 광선을 보게 된다. 녹색 광선을 보기 전, 이미 그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말한다. 사랑과 자아에 대한 진실된 고백이다. 그 후, 델핀느는 녹생 광선을 마주한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녹생 광선을 보기까지의 델핀느의 여정은 결국 자기 자신도 모르겠는 ‘나’의 마음을 읽어나가는 과정이었음을.

살짝 지루할지도 모를 이 영화가 값진 것은 우리가 놓쳤던, 혹은 기록해두지 못했던 여름의 아름다운 날을 담았다는 것과 녹색 광선의 마법에 있다. 녹색 광선을 보는 순간, 숨어있던 마음은 드러나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