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 라는 의미의 晚安(WANAN)은 종종 我爱你爱你(WOAINIAINI) 즉, ‘너를 사랑해’라는 의미로 쓰이곤 한다.
누군가는 연인에게 사용하는 흔한 애정표현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 속 두 주인공은 차마 사랑을 전할 수 없어 ‘잘 자’라는 말속에 ‘사랑해’라는 의미를 숨겨 서로에게 전한다.
지금은 아시아 최초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대만이지만 계엄령이 막 해제된 1980대년 대만은 지금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심각한 동성애 혐오는 물론이고 같은 고등학생들 간의 이성 연애조차 통제 당하던 시기였다. 그런 시기에 자한에게 전학생 버디라는 존재가 나타났고 그 둘은 친구 그 이상의 관계가 된다.
처음 전학 왔을 때 버디는 동성애자라는 괴롭힘당하는 친구를 온몸으로 막아주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그 일 이후 같은 학교 학생들에게 동성애자라는 소리를 들으며 괴롭힘을 당한다.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살아가며 ‘혐오’라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된 버디는 같은 학교 친구 자한과 남몰래 사랑을 키워가지만 자한에게 조차 감히 사랑을 말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자한은 처음에 동성애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버디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자신의 사랑을 부정하지 않던 자한과 자한을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을 부정하는 버디는 서로에게 사랑한다는 한마디조차 할 수 없었다.
이 장면에서 나온 것이 晚安(WANAN)이다. 晚安(WANAN)이 사랑한다는 의미임을 알게 된 자한은 버디의 삐삐에 晚安(WANAN)을 남긴다. 한참 뒤 삐삐를 확인한 버디는 자한이 보낸 晚安(WANAN)을 단순히 잘 자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 못한 자한은 다시 한번 뜻을 전하려고 하지만 또다시 실패했다. 그다음 날 버디는 학교에서 자신의 여자친구를 위해 晚安(WANAN)을 적은 큰 풍선을 띄운다. 자한이 묻자 자한이 보낸 메시지의 의미를 찾아본 후 그 의미를 담아 여자친구에게 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장면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풍선을 자세히 보면 ‘晚安! My ♡’ 라고 적혀있다. 그리고 ♡ 밑에는 家가 있다. 이 한자는 자한의 자와 같은 글자이다. 버디의 방법으로 사랑을 전한 것이었다.
끝까지 사랑을 부정하려는 버디와 자신의 사랑을 전하려는 자한의 모습을 보면 어느 순간부터 나도 함께 가슴이 먹먹해진다.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야 자신들의 사랑을 겨우 전하는 둘의 모습은 대만 영화 특유의 아련함에 둘의 서사가 더해지며 내 마음속에도 이 영화가 깊게 새겨졌다.
만일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엔딩 크레딧까지 끝까지 봐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