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oTalk_20220808_200851160_09.jpg

올해 서른이 된 ‘나’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너무 절망스럽지만 오히려 더 차분해진 ‘나’는 집에 와서 소스라치게 놀란다. 나와 같은 모습을 한 ‘의문의 존재’가 집에 있는 것이다. 그 의문의 존재는 자신이 악마라며 ‘나’에게 내일 죽는다고 한다. 그리곤 자신과 거래를 하면 수명을 늘릴 수 있다고 한다. 세상에서 한 가지를 없애면 하루를 더 살 수 있다는 것.

세상에서 OO이 사라진다면. 그 빈칸에 들어갈 단어에 따라서 경중이 달라질까? 주변에 흔히 있는 컵 하나, 펜 하나가 사라진다고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기라도 할까?

혹할 수밖에 제안에 ‘나’는 그 거래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조건이 더 있었다. 자칭 악마라는 존재가 없애는 것을 정하는 것이다.

악마는 ‘나’가 회사의 전화를 받자 없앨 것을 정한다. 바로 전화이다.

KakaoTalk_20220808_200851160_04.jpg

전화를 폰을 없애면 그것이 없던 시대로 돌아가는 것 아닐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전화가 없었을 때도 사람들은 잘 살았으니까. 하지만 어떤 작은 물건이더라도 그 물건에는 사람들의 사연이 담겨있다. 그 폰으로 사람 간의 관계가 이어질 수도 있고 말이다. 주인공 ‘나’에게도 전화라는 것은 소중했다. 우연히 영화를 보다가 받은 잘못 걸려온 전화로 첫사랑을 만났다.

전화로 이어졌기에 그들은 실제로 만나는 것보다 전화의 이야기가 더 편했다. 이상할지라도 그래서 ‘나’에게 전화는 특별했다. 첫사랑이 이뤄지게 해줬으니까.

KakaoTalk_20220808_200851160_01.jpg

하지만 여지없이 악마는 전화를 없앤다. 그렇게 ‘나’는 첫사랑과의 추억을 잃었다. 그리곤 영화를 없애겠다고 한다. 영화는 그의 절친한 친구와의 연결고리였다. 영화라는 소재로 친해지게 됐고 아직도 영화라는 소재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도 여지없이 악마는 없앤다. 친한 친구도 잃었다. 세 번째로 시계도 없앤다.

KakaoTalk_20220808_200851160_02.jpg

네 번째로는 고양이를 없애겠다고 한다. 앞서 전화, 영화를 없앨 때도 힘들었던 주인공이지만, 고양이를 없앤다는 말에는 더 크게 동요한다. 엄마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엄마와의 소중한 추억이 있고 엄마에게 소중했던 고양이를 없앨 수는 없다고 결론짓는다. 그리고 악마에게 고양이만은 절대 없앨 수 없다고 한다.

아무리 작은 OO이더라도 그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 작은 것 하나로 사람과의 관계가 이어지고 사람이 살아가는데 힘이 되어주었으니까 말이다.

KakaoTalk_20220808_200851160_06.jpg

KakaoTalk_20220808_200851160_03.jpg

악마가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서른이라는 젊은 나이에 시한부 판정을 받고 그는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무난하게 살아온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죽음이라니. 그는 어쩌면 곧 죽는다는 충격보다 내가 없어진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나 같이 작은 존재 하나가 없어진다고 세상이 뭐하나 달라질까? 이런 고민들이 더 무서웠을 수 있다. 아래, 주인공 ‘나’의 내레이션으로 그 답을 짐작해 본다.

KakaoTalk_20220808_200851160_05.jpg

Untitled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요?

세상에서 내가 사라진다면 누군가 슬퍼해 줄까요?

내가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이루어지지 못한 꿈과 생각.. 사는 동안 못했던 일 남겨둔 일등...

분명 수많은 후회가 남을 겁니다.

하지만 내가 있던 생각과 내가 사라진 세상은 분명 다르리라 믿고 싶어요.

정말 작은 차이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이야말로 내가 살아온 증거이니까요.

몸부림치고 고민하며 살아온 증거요.”

KakaoTalk_20220808_200851160_11.jpg

KakaoTalk_20220808_200851160_1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