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디킨슨은 여성 시인이다. 1830년, 여성이 아버지 혹은 남편의 소유물로 여겨지던 시대에 에밀리 디킨슨은 태어났다. 드라마에 따르면 그는 아버지의 곁에서, 아버지의 집에서 평생 살았다. 여자는 결혼을 하지 않는 이상 아버지의 품을 떠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유롭지 못했던 그의 삶에서 시는 마음대로 부르는 노래였다. 하지만 평생 ‘에밀리 디킨슨'이라는 이름을 달고 시를 발표할 수 없었다. 여자는 교육을 받아서도, 글을 써서도 안 되었던 시대였고 몰래 시를 공개한 에밀리에게 아버지는 가문의 수치라고 말할 정도였으니. 에밀리의 시가 오늘날 우리에게까지 유명해진 건, 하녀의 트렁크에 숨겨져 있던 약 2천 편의 시 덕분이다. 에밀리 디킨슨은 생을 다할 때까지 숨어서 글을 썼던 것이다.
애플tv의 드라마 <디킨슨>은 에밀리 디킨슨의 성장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본가 엘레나 스미스와 미국 하이틴 스타 헤일리 스타인펠드가 오랜 시간 기획한 이야기다. 여자라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에밀리 디킨슨의 비극적인 삶을 두 여성은 유쾌하게 풀었다.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모님이 폭력적으로 굴어도 <디킨슨> 속 에밀리 디킨슨은 자신이 생각한 대로 행동한다. ‘This is such a bullshit!’이라고 한 번 속 시원하게 내뱉는 걸로 만족하면서. 실제 에밀리 디킨슨이 어땠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디킨슨>의 에밀리는 다소 못 말리는 말괄량이가 분명하다. 드라마의 매력은 에밀리 디킨슨을 말괄량이로 풀어낸 점에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없는 상황과 억압적인 환경 안에서도 에밀리는 남장을 하고 파티를 열며 우당탕탕 부모님의 속을 뒤집어 놓는다. 정적인 시와는 전혀 다른 삶이 드라마에 담겨있다. 하지만 겉보기에 에밀리의 삶이 즐거워 보였다고 한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시는 함께 할 수 없었기에 에밀리는 평생 행복을 가질 수 없었다. 엘레나와 헤일리는 이런 에밀리 디킨슨에게 유쾌한 하루를 선물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드라마를 보고 차별에 의해 만들어진 빈약함에 대해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 앞에 더욱 풍만한 삶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차별이 에밀리 디킨슨의 아름다운 시를 빼앗은 것처럼, 그래서 우리가 그의 시를 온전히 누릴 수 없는 것처럼 차별은 결국 빈곤을 만들어낸다. 세상은 분명히 변했고 앞으로도 달라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차별은 알게 모르게 우리 앞에 커다랗게 놓여 앞으로 갈 수 없게 만든다. ‘저 너머’를 갈 수 없는 사람들에게 <디킨슨>은 공감의 말을 전한다. This is such a bullshit! 여러 일로 속상할 때, 함께 욕해주는 웃긴 친구 디킨슨이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