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관계를 표현하기에 ‘우정’이란 말은 너무 작은 것 같아요. 우정도 사랑이라 생각하며 연기했죠."
학창 시절을 지나 그 시절을 되돌아보면 유난히 기억에 남는 친구가 있다. 그때는 하루 종일 시간을 같이 보내며 서로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다 보니 예전 같지 않은 관계로 변해 아쉬움이 남는 그런 친구.
그런 관계를 담은 영화가 바로 <소울메이트>이다. 아마 주동우, 마사순 주연의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라고 하면 더 가깝게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도 아마 그 영화가 없었더라면 이 영화의 개봉을 기다리지 않았을 것이다.
1998년 제주로 전학 온 미소는 같은 반 친구 하은을 만나게 되고 둘은 단짝이 된다. 친자매 그 이상으로 모든 것을 함께 한 둘은 서로 정반대이지만 그런 서로를 이해하며 고등학생이 되어서까지 우정을 유지한다. 고등학생이 되어 첫사랑을 시작한 하은. 하은의 첫 남자친구인 진우와 미소가 처음 만난 후부터 하은과 미소의 관계는 틀어지게 된다. 평생 함께일 줄 알았던 하은과 미소이지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며 점차 서로를 믿지 못하고 오히려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간다.
10대에서부터 30대까지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초등학교 시절 잠깐 빼고는 모두 한 배우가 연기를 한다. 그럼에도 이질적인 느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영화의 러닝타임 동안 두 배우가 정말로 나이를 먹고 성장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들의 변화에서 자연스러움을 느꼈다. 그만큼 연기가 어색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부터 영화의 원작 소설인 <칠월과 안생>까지 본 입장에서 이 영화가 기존 작품들과 다른 점은 '친절한 감정묘사'였다. 둘 사이의 관계에서 서로에게는 하지 못한 말을 한 발짝 뒤에 있는 관객에게는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원작은 모국어가 아닌 번역 자막으로 본 한계일 수 있지만 그런 것들을 배제하더라도 서로의 대화,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등을 통해 조금 더 둘 사이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이 영화가 좋았던 점은 개인적으로 원작보다 남자 주인공의 비중이 줄어든 느낌이 들었고 그 때문에 조금 더 미소와 하은의 관계를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가끔 리메이크 영화를 볼 때 어딘가 어색하고 본편만 못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흐름은 어딘가 어색한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원작과 비교해서 ‘미소’와 ‘하은’이라는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절대 뒤처지지 않았다. 특히 자칫 답답해 보일 수 있는 하은의 캐릭터를 담백하게 연기하며 이해해 보고 싶은 캐릭터로 만들어 주어서 오히려 더 캐릭터들이 인상 깊었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