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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순간이 가끔 찾아온다. 꿈을 선택하자니 현실이 걸리고, 현실을 따르자니 내가 원하는 삶을 평생 살 수 없을 것 같아 불안함이 확 끼쳐오는 순간. 나이만큼 성숙된 고민은 꽤나 묵직하게 나를 눌러 온다. 정신없이 살다가 가끔 이런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충격은 어지러울 만큼 강하다.

스탠바이… 액션!

그러나 발이 쉽게 움직여지지 않은 적이 누구에게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심호흡 한 번 하고 나아가면 되는데, 쉬이 아무런 걸음도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 나에게(당신에게) <스탠바이, 웬디>는 대신 용기를 내준다.

<스탠바이, 웬디>는 자폐증을 가진 웬디라는 인물이 새로운 세상을 향해 스탠바이, 액션! 하는 이야기다. 요일마다 정해진 옷을 입고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거리, 같은 일을 반복하던 웬디. 그는 어느 날, 사람들이 만들어준 안전한 공간을 벗어난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정말 꼭 하고 싶은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스타트렉’ 시나리오 공모전에 참가하는 것. ‘스타트렉’을 매우 사랑하는 웬디에게는 상당히 기쁜 소식이었다. 하지만 우연치 않은 사건들로 정성스레 쓴 시나리오를 제출할 수 없게 되자, 웬디는 직접 회사를 찾아가겠다고 결정한다. 가지 말라는 곳에는 절대로 발을 내딛지 않는 웬디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LA까지의 긴 여정이 시작된다.

웬디가 LA까지 가는 여정 속, 다양한 경험들을 하며 성장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스탠바이, 웬디>에서 가장 의미 있다고 느끼는 부분은 웬디의 곧은 자기 믿음이다. 웬디는 자신이 쓴 시나리오에 의심하지 않는다. ‘잘 쓴 걸까? 떨어지면 어떡하지? 이걸 내도 괜찮은 걸까?’ 불안해하느라 잡지 않은 과거의 기회들이 웬디의 경쾌한 발걸음에 맞춰 날 괴롭힌다. 웬디를 막는 건 오로지 주변 상황뿐, 웬디 자신이 아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나를 가장 열심히 막아서는 건 바로 나 자신이었음을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충분히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쓰레기라도 제출할 용기’라는 문구를 좋아한다. 완벽히 준비된 상태는 영원히 오지 않으니, 때가 되면 놓아줄 줄도 알아야 된다는 걸 늘 기억하려고 애쓴다. 새로운 시작에 앞서 나 자신을 믿는 일에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는 순간, <스탠바이, 웬디>가 아무쪼록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지막 취향 소개를 마무리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구독자분들! 스탠바이, 액션! 이번 씬에서는 하고자 하는 일들 모두 잘될 거예요🍀

ps. 가슴 아픈 소식으로 잠들 수 없는 오늘, 한 마디 덧붙이자면 부디 스스로가 자기 자신의 가장 큰 행복이 되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