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LA. 스티비의 여름은 처음으로 뜨겁고 자유롭다. 그에게는 넘어져도 좋은 스케이트보드, 그리고 함께 일어서는 나쁜 친구들이 있다.
시놉시스를 본 순간 느꼈다. 이거 완전 내 스타일이잖아!
바쁜 엄마, 폭력적인 형과 함께 사는 열세 살 스티비는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양아치 무리와 어울리며 묘한 해방감을 느낀다. <미드 90>은 전혀 친절하지도, 마냥 유쾌하지도 않다. 스티비와 친구들은 무례한 언행은 물론이고, 술, 여자, 담배 이야기로 매일 낄낄대는 양아치 무리가 맞다. 행복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다고 모두가 스티비 같은 선택을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미드 90>이 매력적인 이유는 어린 날의 감정과,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진심들이 모두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형에게 두들겨 맞고, 엄마에게 혼나고. 끓어오르는 짜증과 분노를 이불을 뒤집어쓰고 삼켜내야만 했던 기억들 말이다. 그러니까 누구나 겪을 법한 방황을 견디는 방법에 대해서 말이다.
살다보면 자기 인생이 최악으로 보여. 근데 남의 인생이 어떤지 보면 네 인생하고 바꾸기 싫을 걸
제멋대로 사는 것 같은 스케이트 보드 무리들도 알고보면 각자의 사정이 있다. 약물 중독 부모님이라던지, 불우한 가정 환경 같은 것들 말이다.
너처럼 세게 부딪히는 애는 처음 봐. 꼭 그럴 필요는 없어.
그리고 그런 벽에 부딪히면 지나치게 파고들게 될 때가 있다. 매순간 삶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적당히 흘려보내고, 감당할 수 있는만큼 즐기는 것이 어른이 되는 일 아닐까? 그렇지만 자기연민에 빠지는 것도 역시 모든 일에 진심이었기 때문이리라. 모두 견딜 수 있을만큼의 무게를 달고 살아간다. 비록 서투를지언정.
지직대는 VHS의 화면 속 미숙한 시절의 모든 것들이 그리워지는 영화. 쏟아지는 비를 몽땅 다 맞으면서 춤추던 일도, 아파트 앞 정자에서 밤 늦도록 울고 웃던 이야기들까지, <미드 90>을 통해 모두 각자의 그 시절을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