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계절이 지날수록 새로운 추억과 섞여, 변해가는 풍경처럼 색이 달라진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 네 자매가 공통으로 지닌 과거는 윤슬같이 빛이 나는 색을 품고 있다. 처음에는 어두운 심연의 푸르름이었으면, 계절이 지날수록 태양을 품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용서할 수 없으며, 잊히지 않을 상처인데도 네 주인공은 기억의 색을 끝내 변화시킨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관객들에게는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추억이 남게 된다.
아버지의 불륜, 그리고 이 과정에서 태어난 한 아이가 있다. ‘스즈’다. 본래 세 자매였던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사치, 요시노, 치카는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갔다가 이복 여동생 스즈에게 같이 살자며 먼저 손을 내민다. 스즈도 세 언니들이 겪었던 과정을 고스란히 지나온 아이다. 아버지가 또 다른 여자와 결혼을 했기에 스즈는 졸지에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새엄마와 덩그러니 남게 된 어린아이였다. 모두 어른들의 잘못이지, 아이에게 무슨 죄가 있겠냐는 세 언니들의 생각이 영화 초반부터 관객을 기분 좋게 만든다. 그렇게 네 사람의 삶은 시작된다. 더운 여름,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이는 것 같은 설레는 마음이 잔잔하게 함께한다.
그렇게 네 자매는 사계절을 지난다. 나른한 햇빛을 품은 벚꽃을 바라보고, 매실의 향을 즐기며, 타오르는 낙엽을 지나 포근한 눈을 함께 덮는다. 계절을 지나며 이들의 상처 또한 행복으로 덮인다. 개인으로 존재했던 자매들은 네 자매라는 수식어가 붙어도 어색함이 없어진다. 스즈가 언니들에게 가졌던 미안한 마음과(사실 스즈가 전혀 미안할 필요는 없지만) 부모의 결혼생활과 같은 연애를 하던 언니들의 삶은 변해간다.
"아름다운 걸 아직 아름답다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다."
네 사람은 영화 속 이 대사처럼 살아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나는 이 네 자매의 사계절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낀다. 아직 아름다운 걸 느끼고 있구나,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