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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일랜드에 위치한 마을 ‘데리’, 그곳에 사는 걸스들이 있다. 동네 친구이자 마리아 여학교에 함께 다니는 친구들은 매일 검문소를 통과한다. 뉴스에는 근처 어디선가 폭탄이 터졌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스들은 곧 전쟁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보다 어떻게 이걸 이용해 학교를 가지 않을 수 있을까 잔머리부터 굴린다. 억양도 생각도 도통 시대적 배경과는 맞지 않는, 그래서 매력적인 드라마 ‘데리걸스’다.

‘데리걸스’는 북아일랜드 판 응답하라로 불린다. 드라마 속 배경은 1990년대로 북아일랜드와 영국의 분쟁이 심했던 시기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 시기에도 우당탕탕 하루를 살아갔을 천진난만한 학생들의 하루에 집중한다. 세상이 아무리 혼란스럽다고 한들 십 대의 걱정을 이길 수 있을까. 이들에게는 당장 먹을 간식과 남자, 그리고 내가 중요한걸!

남자를 만나고 싶은 에린, 소심하고 쉽게 불안해하지만 친구들과 사고 칠 거는 다 하는 클레어(’브리저튼’의 페넬로페를 연기한 배우 니컬라 코클런이 역을 맡았다), 입에 필터링 따위는 없는 미셸, 엉뚱한 올라, 그리고 ‘데리걸스’ 중 한 명이지만 남자인 제임스까지 누구 하나 평범한 캐릭터가 없다. 특히 시대적 배경과 맞닿아 있는 제임스는 이 드라마의 구성이 천재적이라는 걸 증명한다. 영국인인 제임스가 북아일랜드로 전학을 오게 되며, 영국인이라는 이유로 남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할까봐 사촌 미셸이 있는 여학교로 가게 되었다는 설정이 나를 데리걸스로 이끈 가장 큰 이유다.

과장된 표정, 솔직한 화법, 완전히 다른 다섯 명의 데리걸스는 그저 웃기다. 매일 에피소드 형식으로 일어나는 어이없는 사건 사고와 그 과정을 수습하려 애쓰는 데리걸스를 보자면, 쟤네 정말 매일 폭탄이 터지는 곳에 살고 있는 거 맞아?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부분이 가장 좋다. 어른은 쉽게 세상의 혼돈에 잠식되지만, 아이들은 온전히 나 자신만을 본다. 데리걸스의 인물들은 특히 그렇다. 사회적 자아 따위는 없는, 솔직한 아이들의 하루는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의 숨통을 트이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