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일인데도 가끔씩 떠올라 괴로운 기억, 모두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다 잊은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불쑥 찾아와 나를 발목 잡는 기억 말이다.
그러나 어떤 과거는 시간이 흐르며 왜곡될 수 있고, 내가 아는 사실은 진실이 아닐 수 있다. 누군가 내게 진짜 기억을 찾아준다고 하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어떤 기억은 진정제일 수 있지만 어떤 기억은 독약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기억의 수도꼭지를 여는 것은 온전히 스스로의 몫이다.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의 주인공 '폴'은 2살 때 부모의 사망을 직접 목격한 충격으로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고, 매일 악몽에 시달린다. 그러다 우연히 같은 아파트 4층에 사는 '마담 프루스트'를 만나게 되고, 기억을 찾아준다는 그의 비밀정원에 발을 들인다.
버섯과 아스파라거스로 끓인 차를 마시고 마들렌을 한 입 베어 물면, 폴은 잠에 빠지고 과거의 기억을 들여다보게 된다. 폴은 잃어버렸던 기억들을 한 조각씩 되찾으며 자신과 부모님을 둘러싼 오해를 풀고, 마침내 진실을 알게 된다.
고통스러운 기억에 갇혀 있던 폴은 사고가 일어나던 당시인 2살에 머물러 있었지만 진실을 하나씩 알게 되며 그는 과거로부터 한 발짝 걸어 나온다. 그가 연주하는 악기가 피아노에서 우쿨렐레로 바뀌고, 더 이상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사는 그의 모습은 ‘내 아들은 자기 뜻대로 살 것’이라 노래 부르던 엄마의 바람에 마침내 가까워졌다.
폴을 가엾게 여기고 그를 위해 기억을 선물해 준 마담 프루스트. 그가 폴에게 남긴 마지막 쪽지는 폴의 인생에 사라지지 않는 이정표가 되어 줄지도 모른다.
Vis ta vie! (네 인생을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