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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드라마는 다른 나라의 드라마들과는 다르게 오묘한 분위기와 확실한 메시지를 지닌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화면은 비가 내린 직후 같으며 내용은 우울한 현실을 환상 없이 그대로 끌고 온다. 그래서 가끔은 영국 드라마가 너무 보고 싶고, 언제는 지독히 미루게 된다. 이번에 소개할 <잇츠 어 신>은 몹시 영국 드라마 그 자체다.

<잇츠 어 신>은 에이즈에 대한 이야기다. 에이즈가 미국에서 발견되고 영국에 온 초기부터, 어떻게 주변 사람들이 에이즈로 하나 둘 떠나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드라마에서 에이즈는 이렇게 불린다. 게이들만 걸리는 감기. 아무런 정보도 없었고 에이즈라는 명칭도 몰랐던 사람들은 그렇게 ‘게이들만 걸리는 감기'에 옮아가고 있었다.

<잇츠 어 신>을 쓴 러셀 T.데이비스는 ‘닥터 후 뉴 시즌’과 ‘이어즈 앤 이어즈'도 만들었다.(잇츠 어 신의 주인공 올리 알렉산더가 가수로서는 ‘Years&Years’로 활동하니 이런 우연이 다 있나 싶다) 전작들을 본 사람들이라면 <잇츠 어 신>에도 작가 특유의 유쾌함과 울적함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러셀 T.데이비스는 1980년대 당시, 에이즈로 떠나보내야 했던 그의 친구들과 그 시대를 위로하기 위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잇츠 어 신>의 모든 이별에는 묘한 슬픔이 떠다닌다. 대사에는 그때 하지 못했던 말을 이번에는 꼭 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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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츠 어 신>을 추천하고 싶었던 이유는 작품이 지닌 메시지도 있지만, 동성애자 역을 맡은 모든 배우들이 실제로 동성애자라는 점에 있다. 그들이 에이즈를 경험해 본 것은 아니지만, 그 외 동성애자로서 살면서 겪는 상황들과 고민들이 그 어느 작품에서보다 사실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대개 많은 작품들이 다양한 인물을 그리려고 노력하더라도 당사자를 캐스팅하려 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트랜스젠더 역에 트랜스젠더가 지원하더라도 그 사람을 뽑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종종 화제가 되곤 하지만 아직까지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반면, 영화 <런>에서 장애인 역에 장애인 배우를 섭외한 것처럼 드물더라도 이런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더욱 잦아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잇츠 어 신> 얘기를 하고 싶었다.

<잇츠 어 신>은 작품 안과 밖으로 우리에게 어려운 질문과 생각을 남긴다. 드라마의 모티프이기도 한 펫샵보이즈의 ‘잇츠 어 신'이라는 노래가 힌트가 되어줄 것이다. 드라마에도 해당 음악이 나오니, <잇츠 어 신>을 보면서 답을 찾아나아가길 바란다. 웃음과 눈물도 덤으로 따라갈 것이다. 글은 무겁게 썼지만, 주인공 리치 역의 올리 알렉산더는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