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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어느 시골 산골짜기에 위치한 지하실. 병구(신하균)의 아지트이다. 자신이 사는 오두막 지하에 직접 땅을 파서 만든 장소로, 이곳을 아는 사람이 아니면 아무도 발견할 수 없다. 병구는 이곳으로 대한민국 경찰청장의 사위이자, 유제화학 대표 ‘강사장(백윤식)’을 납치한다. 왜냐하면 강사장은 외계인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구를 파괴하려는 목적을 가진.

주인공은 왜 외계인을 찾은 건데?

병구는 지구를 파괴할 것이라는 자백을 받기 위해 그를 고문하기 시작한다. 외계인들이 서로 통신하는 수단인 ‘머리카락’을 없애기 위해 그를 삭발시켜버리고, 때밀이 수건으로 발등을 긁고 그 위에 물파스를 바르는 기상천외한 고문을 한다. 처음에는 이런 장면이 잔인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오히려 장르물답게 B급 코드로 연출되어서 우스꽝스럽게 느껴져 웃음도 나왔다. 하지만 강사장이 진짜 괴로워하는 모습에 점점 웃음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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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장이 괴로워하며 눈물 흘리는 모습에, 사실 병구는 사실 평범한 사람을 데려와 고문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병구는 자신의 여자친구 순이(황정민)에게 이렇게 말한다. "넌 내가 미쳤다고 생각할지 몰라." 외계인에 대해 설명하며 자신을 믿어달라는 의미로 한 말이지만, 볼수록 그 말이 복선이고 병구는 정말 미친게 아닌지 생각되었다. 더군다나 학창 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동창생을 외계인이라고 의심하여 납치한 전적이 있다는 암시가 나와서 더욱 확신이 들었다.

주인공은 왜 외계인을 찾는 거야?

왜 병구는 외계인을 찾게 된 걸까. 이쯤에서 병구의 이력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때 병구도 산 속에서 살지 않고 사회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았다. 또 외계인 같은 것에 관심 없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차례로 떠나보내는 일들을 겪고 달라진다.

첫 번째로 그는 아버지를 잃었다. 광부인 아버지는 일하던 중 광산이 무너지면서 크게 다치신 뒤, 일을 하지 못하자 우울증에 걸려 병구의 눈앞에서 자살을 하고 만다. 두 번째로는 어머니와 여자친구를 잃었다. 아버지를 여위고 가난한 학창시절을 보냈던 병구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선생님은 이를 외면한다. 그래도 어머니를 보며 성실하게 사려고 노력하는 그였다. 성인이 되자 취직한 공장에서 첫사랑인 지원도 만난다. 하지만 어느날 공장에서 어머니는 유독 화학약품에 노출되어 식물인간이 되고, 여자친구 지원은 공장에 들이닥친 폭력배들 때문에 쓰러진다.

모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불가항력적인 사건이었다.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채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게 된 것이다. 분노에 찬 병구는 공장에 독극물을 푼 공장 소유주 강사장에 대항하고자 1인 시위를 하지만,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어떻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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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병구는 어느 누구와도 좋으니 싸움을 해야했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가 꿈에 나와, 지구를 지켜라 아들아! 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렇게 지구를 지켜야한다는 말을 가슴에 품고, 깊은 산속에 집을 짓고 지하실을 만들어 자신만의 아지트를 꾸민다. 그리고 연구하기 시작한다. 누가 자신과 지구를 위협하는지, 그들의 목적, 그리고 그들이 누군지를. 마침내 안드로메다의 행성 PK-45에서 건너온 외계인 중 한 명이 자신과 지구를 위협하는 대상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 외계인은 바로 자신이 일했던 공장 소유주 강사장. 비록 지금은 인간의 모습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강사장의 실제 이름은 ‘꾸오아악떼꾹(quoaaktekguk)’이 틀림없다. 어머니를 포함한 수많은 공장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아무일 없었단 듯 호위 호식하며 사는 그가 자신과 같은 인간일리 없으니까.

결론은 뭐야? 스포 없이 말해줘!

아무도 병구의 외침을 들어주지 않고, 사회의 불가항력적인 힘에 이것은 외계인의 짓이라고 생각하는 병구의 마음에 눈물이 나왔다. 그리고 이런 사회적인 메시지를 블랙코미디와 SF장르로 풀어낸 장준환 감독의 메시지에 감탄했다. 분명 취향 타는 영화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정말 잘 만든 영화이며, 개봉 당시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2003년 제24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좋은 평에도 불구하고 당시 흥행 성적은 7만 정도에 그쳤다고 한다.

그러나 17년이 지난 현재, 이 영화가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 한국에서 보기 드문 SF 영화에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어 저조한 인식에 아쉬움이 있었으니, 팬들에게도 좋은 소식이다. '유전'과 '미드소마'로 알려진 아리 에스터 감독이 프로듀서를 맡아 미국에서 리메이크한다고 한다. 아리 에스터 감독이 그려내는 또 다른 병구의 이야기를 기다리며, 이 영화를 다시 한번 찾아볼 때인 것 같다. 만들어진 지 17년이 지났지만,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으니 말이다.

재밌겠다! 그래서 키위 몇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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