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한국 뮤지컬의 무궁한(?) 발전을 꿈꾼다. 그런 의미에서 뮤지컬 ‘영웅’은 내게 매우 애틋한 작품이다. 안중근 열사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이기에 한국인들에게 남다른 무게를 가진 작품이기도 하고, 흠잡을 곳 없는 스토리와 짜임새 있는 넘버들이 돋보인다. 그리고 그 좋은 넘버들이 작품의 적재적소에 알맞게 배치되어 있다는 점에서 ‘영웅’은 정말 괜찮은 뮤지컬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뮤지컬 '영웅'이 영화로 리메이크 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은 기대를 했다. 무대로 보는 것과 스크린으로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렇고, 영화를 본 사람들이 뮤지컬 '영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실제로 리메이크 된 영화를 보니 확실히 뮤지컬과의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고, 이에 따른 장단점이 존재했다.

관객의 입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가장 큰 차이점은 영화와 뮤지컬의 음향 차이였다. 뮤지컬의 경우 무대에서 직접 배우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고, 무대와 객석 간의 거리가 크지 않다 보니 배우들의 노랫말이 관객에게 굉장히 정확하게 들리는 편이다. 또한 라이브 오케스트라이기 때문에 음악의 현장감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영화 <영웅>에서는 유독 노래 가사가 잘 전달되지 않는 느낌이 들어 많이 아쉬웠다. 뮤지컬이기 때문에 가사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인데, 가사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영화 감상에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러나 영화 <영웅>에서 보여준 배우들의 감정 연기와 세트 스케일은 뮤지컬이 따라올 수 없는 압도력을 지니고 있었다. 카메라는 감독이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부분은 확대하고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과감하게 덜어낼 수 있다. 따라서 스크린을 통해 스토리를 따라가는 관객들은 작품에 더 집중력 있게 몰입할 수 있게 된다.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 손짓들이 고스란히 보이기 때문에 그들의 감정에 더욱 쉽게 동화되고 감정 이입하게 된다.

무대 장치에 한계가 없다는 점 또한 아주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특히 전쟁 신의 경우 많은 인원이 투입될수록 생동감이 살아나기 때문에, 뮤지컬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현장감을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있었다. <영웅>은 백성들의 집결, 의병들의 기합과 기세 등이 극에서 중요한 조미료로 쓰인다. 이러한 장면들에서 특히 인원 투입에 제한이 없다는 영화의 장점이 고스란히 살아났음을 느낄 수 있었다.

뮤지컬 ‘영웅’은 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 뮤지컬 중 하나다. 원작을 이기는 리메이크 작은 없다고들 하지만, 영화 <영웅> 또한 뮤지컬에 버금가는 좋은 작품임에 틀림없었다. 극의 막바지에 달해서는 영화를 보는 어떤 이라도 눈물짓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