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 이 넷플릭스 드라마의 정점은 시즌 3, 마지막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겠다. 17분의 짧은 에피소드 <히바로>는 세이렌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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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모양의 호수를 둘러싼 숲을 행군하는 기사들. 무리 속 한 남자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그는 물속의 빛나는 비늘을 발견하고 손을 뻗는다. 이에 호수 속에 살던 세이렌이 침입자가 왔음을 알아차리고 화려한 외양과 목소리로 기사들을 유혹하기 시작한다. 세이렌의 유혹에 빠져 수장된 다른 기사들과 달리, 소리를 듣지 못하는 이 기사는 모든 광경을 목격하고 도망친다. 유혹에 빠지지 않는 기사를 보자 당황스러움과 동시에 묘한 끌림을 느낀 세이렌은 도망치는 기사를 쫓는다. 공포에 질려 세이렌을 피하던 기사는 세이렌의 몸을 휘감은 황금 비늘을 보고 다른 생각을 품는다.

세이렌의 날카로운 비늘에 입 맞추던 그는 결국 세이렌을 죽이고, 황금 비늘과 모든 장신구를 벗겨낸다. 도망치다 지친 기사는 세이렌의 피가 흘러들어간 강물을 마시고, 청력을 되찾는다. 빈틈없이 몰려오는 소음에 당황하던 그는 계곡 아래에서 되살아난 세이렌을 마주치고 그의 노래에 홀려 물속으로 허우적대며 들어가, 동료 기사들을 비롯한 수많은 사체들 위로 가라앉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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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바로>는 ‘세이렌의 유혹’이라는 익숙한 이야기를 각자의 이유로 서로를 상처 내고, 상처받고, 이용하고, 부서지는 관계로 서늘하게 구현해낸다. 세이렌의 몸짓, 호수와 숲속의 풍경, 소음과 무음이 기이함을 더한다. 더 놀라운 점은 이 모든 움직임이 모션 캡처가 아닌 키 프레임 형식의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방식을 사용한 CG라는 점이다. 한 편의 연극이자, 무대이자, 한 폭의 그림 같은 이상하고 또 이상한 작품, <히바로>. 시청 전에 작은 심호흡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