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 놓인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기를 누구나 살면서 몇 번쯤 겪게 된다. 대부분 고등학교 졸업과 대학교 입시를 눈앞에 둔 시점에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껏 달려온 이 방향이 맞나,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이란 뭘까, 정답 없는 고민들에 답답해지는 기분을 모두 경험해 본 적 있지 않을까?
<하이 스쿨 뮤지컬> 졸업반 학생들의 고민도 비슷하다. 삶의 전부인 줄 알았던 농구 말고도 하고 싶은 일이 있음을 깨닫게 된 트로이와 고등학교 졸업 후의 삶에 대해 고민하는 다른 친구들까지, 졸업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인지 제법 진지한 고민들이 내용의 주를 이룬다. 그렇지만 뮤지컬 영화의 장점을 살려 한바탕 신나게 노래하고 나면 등장인물들의 고민이 꼭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노래에 끝이 있듯, 그들의 고민도 언젠간 지나가리라는 것을 아니까.
영화를 보는 내내 정해진 미래 말고 진짜 나를 찾고 싶다는 트로이의 말에 참 많은 공감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공부도 진로에 대한 고민도 모두 끝나는 줄 알았는데, 아직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고민들을 한다. 어쩌면 인생이란 이번 챕터를 덮고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어제의 나로 인해 오늘의 내가 성장하고, 그러다 몇 년 전의 고민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나선형 곡선 같은 것이 아닐까? 그렇기에 <하이스쿨 뮤지컬: 졸업반>의 졸업식 날 가브리엘라와 친구들이 노래하는 것처럼 아쉬움도 미련도 깨달음도 우리의 일부임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한 걸지도 모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신입생이 되어 마냥 세상이 내 것 같을 때, 취업을 앞두고 막막할 때, 인생의 큰 변곡점마다 그곳에 두고 온 걱정과 고민들이 있다. 그때 했던 치열한 고민들과 그렇게 모인 하루하루가 우리를 이만큼 성장시켰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혹여나 훗날 같은 고민에 힘들더라도,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그 길을 또다시 무사히 지나올 수 있을 거라는 것 또한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