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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습하고 장마 같은 날이지만 가을이 오고 있다. 가을이라는 계절을 사랑하는 만큼 고통받아야 하는 슬픈 운명. 그것은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의 숙명일거다.

나는 에어컨이나 히터에는 재채기를 달고 살고, 종종 꽉 막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코를 가지고 있다. 또 이 자식은 뜨거운 음식을 먹거나 심지어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눈물을 멈추지 않는 슬픈 코이기도 하다.

이 6분짜리 영화는 대사 한마디 없이도 이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수도꼭지를 완전히 열어 방류된 댐이었다가, 바짝 마른 가뭄처럼 타들어가다가, 마침내 바람을 빨아들일 때의 쾌감이란… 불후의 명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오물신을 씻겨내리는 그 장면만큼이나 통쾌하달까. 놀라운 비유와 상상력에 기가 막히는 사운드까지 곁들여지니 (OO)은 비염 환자의 일생을 다룬 충실한 일대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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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기준, 국내 비염 환자 수는 703만 명으로, 지금은 그로부터 4년이 지났으니 아마 천만 명은 훌쩍 넘었을거다. 이 영화가 천만 비염인의 비염을 치료해 주진 않겠지만, 가끔은 공감 어린 웃음이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될 때도 있다. 비염 환자들이라면 필히 봐야 할, (그렇다면) 천만(이 금세 될) 영화! 가을, 알레르기의 동의어를 이 영화와 유쾌하게 맞아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