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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플래쉬>는 재능 있는 드러머 ‘앤드류’가 까다로운 교수 ‘플래처’의 인정을 받고자 자신의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이야기이다. 어느 순간부터 영화는 대학 내 교수의 폭력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 음악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면, 플래처에게 인정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플래처의 생각일 뿐, 정말 그에게 인정 받을 때까지 학대받는 게 ‘유일한 길’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하지만 폐쇄적인 환경에서, 그의 지휘에 맞춰 연습하는 것에만 몰두하는 학생들은 플래처의 말을 법처럼 생각한다.

앤드류도 이렇게 교수가 마련한 일종의 ‘트랩’에 걸려든다. 그리고 말 그대로 피 땀 눈물을 흘리며 고군분투한다. 여기서부터 점차 불쾌해졌다. 굳이 학생의 잠재된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정신적 신체적으로 고통을 줘야할까?

https://www.youtube.com/watch?v=6QgoFHVzgr8

하긴, 영화 서사를 위한 캐릭터라고 생각하기엔 나 역시 학교에서 플래처 같이 학생을 대하고, 정당화하는 선생을 여럿 봤었다. 그리고 앞서 말한 유튜브 ‘지선씨네마인드’의 댓글에서도 꽤 많은 이들이 가학적인 교육에 대한 경험담을 갖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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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는 플래처가 심어 놓은 함정을 알면서도, 최소한 자신의 능력을 남김없이 보여주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건 예측할 수 없는 방식이었는데, 영화 내에서 재즈곡을 듣는 관객을 포함해서 영화 밖에 있는 관객에게도 짜릿함을 주었다.

영화의 마지막은 ‘열린 결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닫힌 결말이기도 한데, 이미 영화 내에서 감독이 플래처의 입을 통해 예고했기 때문이다. 어떤 결말인지 궁금하다면, <위플래쉬>를 통해 확인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플래처의 인정이 유일한 길이라고 세뇌당한 앤드류에게 들려주고 싶은 구절로 감상을 마친다.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어떤 이유를 위해 고귀하게 죽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동일한 상황에서 묵묵히 살아가기를 원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