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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다양한 공간과 직업을 다룬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드라마들은 로맨스를 위해 직업을 이용만 한다. 그래서인지 산후조리원이라는 공간은 단편 드라마에서 다뤄지거나 잠시 스쳐가는 장소로만 나왔다. 늘 그렇듯, 남편과 아내의 갈등이 심화되는 내용을 담고서. 그래서 <산후조리원>이 반가웠다. 물론 드라마와 현실은 차이가 있기에 <산후조리원>에서 나오는 공간은 시설이 매우 환상적이고 과장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 세계를 다룬다는 것 자체에 끌릴 수밖에 없었다.

세상은 그간 ‘엄마'라는 존재에게 자아를 부여하는 것을 꺼려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한 번쯤 이런 말을 들었을 것이다. 나는 한 아이의 엄마이기 전에 ㅇㅇㅇ이다! 이름이 지워진 채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 나 자신으로 살고 싶다는 여성들의 간절한 외침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하지만 여성들의 용기와 변화와는 달리,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 외침을 들으려 하지 않고 들어주지도 않는다. 드라마 <산후조리원>은 자꾸만 벽에 부딪히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스크린으로 끌고 와 세상에 공개했다. 더 오래, 더 크게 말할 테니 우리의 삶도 좀 봐라 이 놈들아!라고 얘기하듯이.

<산후조리원>은 제목 그대로 산후조리원에서 만난 조리원 동기들의 이야기이다. 나이가 많은 산모, 이미 두 아이를 낳은 경력직 산모, 어린 산모까지. 산모의 몸을 회복하는 공간, 산후조리원에서 지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제 막 출산한 사람이 어떻게 진정한 엄마가 되어가는지에 대해 주목하지 않는다. 드라마 <산후조리원>에서 산모들은 산후조리가 아닌 마음조리를 하고 개인으로서 성장한다. 그리고 그 곁에는 조리원 동기들이 함께해준다. 인생에 있어서 큰 변화를 겪고 그 변화에 혼란스럽지만 힘을 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 이 이야기는 대다수에게 해당된다. 그러나 이 일상적인 내용이 ‘엄마'에게 일어나니 특별하게 다가온다. 세상이 이런 평범함에 엄마를 껴줄 생각조차 안 했기에 때문이다. <산후조리원>은 결국 지극히 보통인 개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 드라마 속 캐릭터들 사이에서 내가 먼저냐, 아이가 먼저냐는 문제로 갈등이 일어난다. 산후조리원 내 가장 어린 ‘이루다’라는 인물은 이렇게 답한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한 거라고. 혹시나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이 누군가의 엄마라면, 꼭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행복이 먼저라는 것을. 그 어느 누구도 내가 나 자신으로 사는 것에 비난할 수는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