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과 배신, 분노와 복수 등 자극적인 소재의 영화와 드라마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꿋꿋하게 선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를 좋아한다. 세상을 살아갈수록, 점점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될수록, 선함과 다정함을 잃지 않는 태도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끊임없이 깨닫는다. 이기적인 태도에는 별다른 노력이 필요 없지만, 이타적인 마음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선함에 대한 이야기를, 끝내 선하기를 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영화 <원더>는 우리가 마땅히 베풀 수 있는 혹은 베풀어야 하는 선행에 대해 말한다. 선천적 안면기형을 가진 ‘어기’는 5학년이 되는 해, 홈스쿨링에서 벗어나 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집과 가족이 세상의 전부였던 어기에게, 우주와 과학이 좋아 집에서도 NASA의 로고가 그려진 헬멧을 쓰고 있는 어기에게, 학교는 지금껏 상상해 온 우주보다 더 큰 진짜 우주다.
어기의 입학으로 인해 친구들은 그들과 다른 모습을 가진 어기를 포용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리고 어기는 어기 주위의 사람들에게도 각자의 삶이 있음을, 자신 중심의 세상이 아닌 더 큰 세상이 있음을 배운다. 어기의 입학 첫날, 어기의 담임 선생님은 ***‘옳음과 친절함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땐 친절함을 선택하라’***는 격언을 소개한다. 졸업식 날, 모범 어린이상과 같은 ’헨리 워드 비처 메달’ 받게 된 어기는 소감으로 담임선생님의 마지막 격언을 인용한다. ‘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두에게 친절하라’.
태어난 이상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만의 고군분투를 하게 된다. 그러나 세상에는 남들보다 조금 더 질기고 힘겨운 싸움을 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힘겨운 싸움을 하는 이들의 편이 되어 주는 것.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선의가 대척점에 있을 때, 재고하여 기꺼이 선의의 편에 서는 것. 그것이 <원더>에서 말하는 최소한의 친절함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지하철을 가로막는 이동권 시위로 인해 늦어지는 출퇴근 시간이 원망스럽더라도, 우리의 원망이 향해야 하는 방향은 시위 단체가 아님을 생각해야 한다. 매일같이 보도되는 노조 시위 뉴스가 피로해도, 노사 갈등은 ‘둘 다 이기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외면하는 것이 답이 아님을 생각해야 한다.
<원더>에서 어기가 주변의 친절함을 바탕으로 마침내 성장한 것처럼, 영화 아닌 우리의 사회 또한 최소한의 선의가 모여 꼭 필요한 이들에게 돌아갈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