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전, 스포일러에 유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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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나이와 같은 젊은 시절의 엄마를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신가요? 서로의 세계를 같은 눈높이에서 평등하게 바라볼 때, 비로소 이해하게 되는 것들이 있죠.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연출한 셀린 시아마 감독의 새로운 작품 <쁘띠 마망>은 동갑내기 ‘녤리’와 ‘마리옹’이 우연히 만나 우정을 쌓는 과정에서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셀린 시아마 감독 특유의 섬세한 스토리와,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다운 영상미 덕분에 러닝타임 내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엄마의 우울함은 녤리에게 상처가 될 수 있지만, 녤리가 동갑내기 엄마를 만나면서 엄마의 진심을 이해하고 녤리의 상처 또한 치유받는 과정이 따뜻하게 그려졌어요. 어쩌면 엄마가 하지 못한 말들을 어린 마리옹이 대신해 주었는지도 몰라요.

영화를 보는 내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떠올랐어요. 찾아보니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며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떠올렸다고 해요. 아마도 가족의 사랑을 어린이의 시점에서, 따뜻한 판타지로 그려냈다는 공통점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녤리와 어린 마리옹을 연기한 두 배우는 실제로도 쌍둥이래요. 그래서 그런지 카메라 앵글 속 그들의 움직임과 대사가 참 자연스럽죠. 특히 크레페 씬이 정말 인상적이었는데요, 찾아보니 크레페는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레시피였대요! 그리고 그 장면은 아무런 지시 없이 그들이 정말 하고 싶은 대로 연기한 즉흥연주 같은 장면이었다고 해요. 이처럼 셀린 시아마 감독의 세심함과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가 시너지를 일으키는 순간들이 러닝타임을 가득 메우고 있어, 영화를 보는 동안 정말 행복했어요.

영화는 작별 인사에서 시작해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으로 끝이 나죠. 영화의 엔딩 같은 시작과 시작 같은 엔딩은 꼭 그들이 이어져 있음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듯해요. 녤리와 마리옹이 잠시 함께했던 현실 속 판타지 같은 순간은 그들이 과거를, 현재를, 그리고 미래를 이해하게 되는 실마리가 돼요. 그렇기에 짧았던 그 순간은 영원이 되고, 그들의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반짝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