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인지? 농구 코트 위에서 ‘내 영광의 시대는 지금’이라고 외치는 강백호처럼, 내 영광의 시대 또한 언제나 바로 지금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막상 그렇게 말하려면 괜히 주저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 지금이 자신의 영광의 시대는 아닐 거라 확신하는 여자가 있다. 당연한 듯 누리던 과거의 부와 명예를 한순간에 박탈당하고 혼란에 빠진 여자.
영화 <블루 재스민>의 재스민은 성공한 사업가 ‘할’과 결혼하여, 파티와 쇼핑이 일상인 상위 1%의 뉴욕커 생활을 누린다. 그러다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되고, 홧김에 그의 사업 상 사기 행각을 FBI에 모두 고발한다.
가정은 단숨에 풍비박산 나고, 모든 것을 잃은 재스민은 이복 여동생 '진저'가 사는 샌프란시스코로 향한다. 빈털터리가 된 와중에도 비행기 1등석 티켓을 사고, 에르메스 버킨백과 샤넬 재킷, 루이비통 여행 가방은 버리지 못하는 재스민. 남들보다 조금 강한 허영심과 자존심을 가진 그는 이 상실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까?
영화 속 최고의 순간을 뽑자면 첫 장면을 연상케 하는 마지막 장면이 아닐까 싶다. 덧붙이자니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생략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블루 재스민>을 관통하는 명장면이다. 상류층의 삶을 사는 재스민과, 모든 것을 잃고 절망과 혼란에 빠진 재스민의 감정 변화를 보여주는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 또한 영화를 완성시키는 치트키다.
이 영화의 유일한 오점이라면, 감독이 우디 앨런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