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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라는 감옥에서... 합법적으로 벗어날 수 있던 그날, 소풍!!!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에 앉아, 가져온 간식과 음료수를 먹다 보면 푸르른 어딘가에 도착했죠. 선생님 따라 걷다 마주치게 되는 다른 학교 학생들과 가족들의 왁자지껄함이 여전히 기억나요. 언제쯤 앉을 수 있을까, 배도 고픈데... 할 때쯤 나오는 광활한 평지. 곳곳에는 나무들이 있었죠. 그늘진 곳에 내가 앉을 거라며 돗자리를 들고 마구 뛰었던 기억도 나요. 그러면 그 자리에 색색의 도시락통들이 펼쳐졌죠. 메뉴는 두 가지. 야채가 가득한 김밥 혹은 유부초밥이었어요. 어디서 벌레가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맛있게 먹었죠.

아이들의 시선을 가장 잘 담는 감독, 윤가은은 ‘오이김밥'이라는 메뉴로 그때 그 시절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냈어요. 순수함과 순수함에서 비롯된 못된 행동 그리고 미묘한 심리까지 넣어 말아 <우리들>만의, 하지만 어른도 공감이 될 오이김밥을 만들어냈죠. <우리들>은 포스터와 등장인물과 달리 마냥 밝은 영화는 아니에요.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오이김밥을 입에 욱여넣어보지만, 꾹 참다가 결국 뿌엥😭 김밥이며 눈물이며 다 새어 나오고 마는 영화죠. 아마 <우리들>을 보고 난 후에는 며칠 동안 김밥만 봐도 울컥할 거예요... ‘오이김밥'이 주인공들의 심리와 긴밀히 얽혀있기 때문이죠.

분식집을 운영하는 엄마 때문에 주인공 ‘선'의 오이김밥에는 철든 어린이의 아픔이 담겨 있어요. 동생을 돌보고 엄마를 돕고 학교에서는 친구가 없는 ‘선'의 인생이죠. 하지만 이 오이김밥은 잠시 기쁨으로 변합니다. 전학생 ‘지아'를 만난 후 부터죠. 그러나 그것도 잠깐, 지아와 선이 멀어지게 되는 것도 이 오이김밥 때문이에요. 지아에게는 정성스레 김밥을 싸줄 엄마가 부재했으니까요. 부러움과 불안함이 화로 표출되고 말았던 거죠... (끄흡 제가 목이 메는 건 김밥 때문이에요... 우는 거 아니에요...)

영화 속에서 아이들은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아요. 그럼에도 누구 하나에게 너는 못된 아이야!라고 말할 수 없어요. 아이들은 아이들의 행동을 할 뿐이니까요. 이미 많은 걸 경험한 어른에게도 인간관계가 가장 어려운데, 아이들은 오죽할까요. 아마 영화를 보고 나면 그때의 내가 생각날 거예요. 그리고 아이들은 힘들지 않을 거라며 라떼처럼 굴었던 생각을 고치게 되죠. 우리 모두 이 힘든 시간을 거쳐봤잖아요. 잘 견뎌왔고 지금도 애써 헤쳐나가는 우리들에게 <우리들>은 친구를 만들어줄 거예요. 김밥 혼자 먹지 말고 함께 먹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