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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수석 졸업에 도전하고, 5년 후의 미래까지 계획을 세워 놓는 모범생 내털리. 그러나 졸업식 날 밤, 임신 테스트를 한 후 내털리의 인생은 두 가지의 평행 우주로 나뉘게 된다. 예상치 못하게 아이를 가지게 된 내털리의 인생은 어찌 보면 불행해 보인다. LA에서 애니메이터로서 멋진 커리어를 쌓아나가겠다는 꿈과 달리, 부모님의 집에 다시 얹혀살게 되면서 24시간 육아에 시달리게 되었으니까. 그에 반해 또 다른 평행 우주의 내털리는 일과 연애 모두를 성공시키며 남부러울 것 없는 행복한 인생을 살아간다.

아이를 낳은 후 친구들과 다르게 흘러가는 삶에 소파에 앉아 몰래 울기도 하고, 우울감에 못 이겨 머리를 싹둑 잘라 버리는 내털리는 짠하고 안쓰럽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그렇듯 인생이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두 평행우주 속 내털리에게 각각 삶의 변곡점이 될 만한 순간이 찾아오고, 서로 다른 평행우주 속 두 명의 내털리는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곳에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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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영 달라진 줄로만 알았던 두 내털리의 인생이 실은 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어느 인생이 더 행복하다 불행하다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니까 내가 ‘나’로서 존재한다면, 나의 원동력이 되는 소중한 그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조금 느리고 돌아가더라도 나만이 이뤄낼 수 있는 내 인생을 살게 될 것이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남들과 똑같이, 혹은 남들보다 열심히 매 순간을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문득 내 삶이 초라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순간들이 있다. ‘만약 내가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그때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하는 무의미한 상상도 종종 따라온다. 그러나 사실 우리의 삶을 판단하기에는 언제나 아직 이르다. 그리고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든 내가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한 그 삶은 고유의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내털리의 삶을 내 것처럼 응원하게 되는데, 영화가 끝난 후에는 내털리에게 다정한 응원과 위로를 건네받은 듯 마음이 따뜻해진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회의감이 들 때, 괜히 내 앞에 놓인 미래가 막막해질 때, 내 삶을 좀 더 아껴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