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사이" (시끄러워)
부정적인 의미로 주로 쓰이는 '시끄럽다'는 이 드라마에선 눈물 버튼 단어이다. 시끄럽다는 것은 사실 소리가 잘 들리는 사람들이 주로 쓰는 말이다.
'소우'와 '츠무기'는 노래와 대화를 좋아하는 평범한 커플이다. 소우 목소리가 좋은 츠무기는 전화를 즐겨 한다. 소우가 먼 대학을 가지만 "전화하자"며 츠무기는 웃으며 인사한다. 그 이후 소우는 모습을 감춘다.
'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헤어지자'
음악 취향이 같아 '듣는 것'으로 이어진 둘. 하지만 소우는 8년 뒤 소리 없는 세상을 가진 채 츠무기 앞에 나타난다. 아주 우연하게. 그렇게 이어지는 1화 마지막 장면은 <사일런트>를 놓을 수 없게 한다. 소우가 '시끄러워'를 소리로 말하며 시작한 드라마는 소우가 '시끄러워'를 손으로 말하며 끝난다.
"좋아하는 목소리로 좋아하는 말을 엮어내는 사람이었다." 츠무기는 소우 세상 속의 소리를 좋아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레코드 가게에서 일을 한다. 온통 소리로 가득 찬 츠무기에게 갑자기 소리를 못 듣게 된 소우가 나타난 것이다. 자신을 차고 잠적해놓고서 서글프게 울며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소리를 못 듣게 된 첫사랑이 8년 뒤에 나타난 로맨스만을 다루진 않았다. <사일런트>는 다양한 사람들이 가진 세상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청각장애인과 비청각장애인의 다른 세상만을 다룬 것도 아니다. 선천적 청각장애인과 후천적 청각장애인의 차이, 소리가 점점 안 들리게 되면서 펼쳐지는 개인 삶의 변화, 잘 못 듣는 사람들에 대해 잘 듣는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대하는 태도와 말. 그리고 청각장애인의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다룬다. 여기에 더해서 청각장애인과 비청각장애인의 삶 속 작은 다른 점을 보여준다. 소리를 못 듣는 사람에게 '전화하자'라는 것은 가슴 아픈 말이니까. 츠무기가 밝게 웃으며 '전화하자'하고 인사했던 기억은 소우에겐 너무나 슬픈 인사였다.
소우가 절망에 빠졌을 때 그에게 손 내밀어 준 친구 덕에 소우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소리가 사라진다는 건 슬픈 일일지 모르지만, 소리가 없는 세상은 슬픈 세상이 아니야."
우리가 보는 세상은 그저 나만 아는 세상일뿐이다. <사일런트>를 통해 '소리'로 달라지는 여러 사람들의 세상을 살펴보는 것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