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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디지털 기능과 소셜 미디어 기능을 탑재한 AI 로봇 ‘비봇’. 버블사에서 만든 ‘비봇’을 이용하여 친구를 사귀고, 비봇이 어린이들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는 비봇의 시대. 전교에서 유일하게 비봇이 없는 ‘바니’는 비봇을 갖는 것이 일생일대의 소원이다. 바니의 생일날, 비봇을 기대하는 바니를 실망시킬 수 없어 바니의 아빠는 불량으로 폐기 예정이었던 고장 난 비봇을 데려와 바니에게 선물한다.

<고장난 론>에서 보여주는 사회는 현재 우리 사회와 많이 닮아 있다. 기계와 네트워크에 과잉 의존하여 살아가는 사람들. 영화는 과도하게 디지털화된 시대에 사람 간의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바니는 고장 난 비봇에게 ‘론’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정을 붙이려 하지만, 다른 비봇들과 다르게 제멋대로인 론과 친구가 되기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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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친구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하는 영화들은 많지만, <고장난 론>이 여타 영화들과 조금 다른 이유는 완벽해야 하는 로봇이 완벽하지 않을 때, 사람과 로봇이 어떻게 친구가 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론은 모르는 단어도 많고, 바니의 말을 잘못 알아 들어 실수도 많이 하지만, 바니를 진심으로 위하고 아낀다. 그래서 우리는 로봇인 론에게 ‘인간미’를 느낀다. 사용자에 대한 데이터를 이미 가지고 있는 다른 정상의 비봇들과 다르게, 론은 바니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바니를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바니와 론은 서로에 대한 데이터가 0인 상태로 시작한다. 인간과 인간이 서로 친구가 되는 과정과 흡사한 것이다. 론이 자신의 경험과 관찰, 그리고 감정을 바탕으로 바니와의 관계를 쌓아가면서 진정한 우정이 싹트는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관계, 완벽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보듬어 줄 수 있는 관계. <고장난 론>에서 보여주는 론과 바니의 우정은, 요즘 사회에서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많은 이들에게 실마리가 되어 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