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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행운과 불행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예상치 못한 행운이야 더할 나위 없이 반갑겠지만, 예고 없이 찾아온 불행은 그렇지 않다. 내 곁의 소중한 사람을 하루아침에 앗아간 사고나 믿었던 사람의 배신, 찰나의 잘못된 선택이 불러온 나비효과 같은 재앙. 불행은 각기 다른 얼굴을 하고 찾아오기에 피하기 어렵다. 살다가 불행을 마주하게 될 때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처를 딛고 일어설 용기가 아닌, 상처 입은 마음을 들여다볼 충분한 시간과 나의 곁에서 함께 걸어 줄 동반자 한 명일지도 모른다.

2015년 11월 13일 파리에서 일어난 실제 테러 사건을 담은 영화 <쁘띠 아만다>는 어느 날 공원에서의 난데없는 테러 사고로 목숨을 잃은 ‘상드린’의 동생 ‘다비드’와 상드린의 딸 ‘아만다’가 함께 걷는 치유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일곱 살의 나이에 엄마를 잃은 아만다에게도, 누나의 죽음을 마주하고 조카의 보호자가 되어야 하는 스물네 살의 다비드에게도 상드린의 죽음은 갑작스러운 고통이다. 상처를 딛고 평화로웠던 일상을 되찾으려 하지만 돌아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다. 그들에게 위로가 되는 것은 오직 서로뿐. 두 사람은 같은 아픔을 공유하며 끈끈한 유대를 쌓아간다.

테러라는 끔찍한 사고를 다루고 있지만 영화는 우울하고 어둡지 않다. 시종일관 따뜻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며 두 사람의 여정을 담는다. 스크린에 비치는 파리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은 덤이다. 미카엘 감독은 일부러 샹젤리제 거리나 에펠탑 같은 파리의 상징적인 장소들을 배제하고 파리의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과 상실을 겪은 이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만을 담으려 노력했다고 한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아만다와 다비드가 상실과 아픔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그들은 서로에게 어떻게 위로가 되어주는지를 카메라에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담아냈다. 어쩌면 이 영화는 테러 참사를 겪은 프랑스 시민들에게 미카엘 감독이 선물하는 위로일지도 모른다. 다비드와 아만드의 씩씩한 발걸음은 살면서 크고 작은 비극을 겪는 우리에게도 다정한 손길이 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