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are you?
‘후 아 유’는 남자 주인공 ‘형태’가 만든 채팅 게임 이름이다. 그는 후 아 유 게시판에서 게임에 악평을 남긴 ID 별이를 발견해 인터뷰에 나서고, 별이가 같은 빌딩 수족관에서 다이버로 일하는 ‘인주’임을 알게 된다. 그렇게 한쪽만 정체를 아는 관계로 이들의 채팅은 계속되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속 이야기를 꺼내놓기도 한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관계. 이들은 서로를 잘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너는 나를 얼만큼 아는데?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누군가를 잘 안다는 것. 자기 자신도 본인을 잘 모르는데 남을 잘 안다는 것은 어쩌면 오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아가고 싶은 것.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좋아하는 것을 볼 때 무슨 표정인지, 오늘은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 그리고 여태 어떤 하루들을 살아왔는지, 또 어떤 내일을 살고 싶은지. 궁금하고 알고 싶은것. 어쩌면 그게 사랑이 아닐까? 누구를 잘 알아서가 아니라, 더 알고 싶어지는 게 사랑일 거다.
영화 <후 아 유>는 아날로그 시대에 디지털이 막 보급될 시점을 배경으로 한다. 생판 모르는 사람과 인터넷으로 채팅을 하고 가상 공간에서 만나기도 한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형태의 행동과 감정선이 20년이 흐른 지금엔 불쾌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그 시절 촌스러움인 셈 치고 눈 감을 수 있을 만큼 이 영화는 풋풋하다. 채팅을 하다가 라이브 스피커를 켜고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으며, 그대 마음을 몰라서 어려운 것뿐이라 소리치는 모습처럼 말이다. 차우차우, 밤이 깊었네 같은 설레는 청춘의 음악이 대변하는, 다소 촌스럽고 거칠더라도 꾸밈없이 사랑하던 그때 그 시절. 지금은 아날로그가 된 그 시절의 디지털 낭만이 그립다면, 영화 <후 아 유>가 당신이 꺼내볼 수 있는 서투른 카세트테이프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