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아들이 어떻게 게이일 수가 있죠? 저희가 고쳐드리겠습니다. 우리 시설은 당신의 아들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악마에게 놀아나지 않게 될 겁니다. 아들은 다시 여자를 좋아하는 정상으로 돌아올 겁니다. 여기에 사인하세요. 확실히 고쳐드리죠. 함께 하시겠습니까?
주인공 ‘자레드'의 부모는 위에서 말한 시설에 자레드를 입소시킨다. 목사의 아들인 자레드가 커밍아웃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시설에서는 ‘전환 치료'가 이뤄진다. 동성을 좋아하는 일은 말 그대로 하나의 ‘병'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치료하면 낫는다고 믿는다. 하지만 시설에 보내진 사람들은 치료와는 거리가 먼 고통만을 얻는다. <보이 이레이즈드>는 ‘전환 치료' 피해자들의 생존기를 담고 있다. 이 이야기는 실화다. LGBTQ+ 활동가이자 작가인 개러드 콘리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당연히 전환 치료는 성공할 수 없다. 애초에 치료가 필요한 일이 아니었으니, 부작용은 거세진다. 더불어 ‘전환 치료'라는 명목으로 시설의 잔인함은 끝도 없다. 가스라이팅은 물론 육체적 고문도 서슴없이 이뤄진다. ‘아들아, 다 너를 위해서 보내는 거야.’라고 말했던 부모들은 정신적 고통을 앓거나, 사망한 아들의 소식을 전해 듣게 될 뿐이다.(물론, 정말 아들을 위했으면 보내지도 않았겠지만…) 미국은 피해자가 생겨나고 이런 행위가 차별에 근거한다는 이유로 일부 주에서 전환 치료를 금지했다. 하지만 피해자가 있음에도 알게 모르게 전환 치료는 계속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언론이 몇 번 이 문제를 다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영화에서 희망적인 장면이 하나 있다면, 자레드는 다행히 시설의 잔인함을 알게 된 부모로부터 구출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겨진 이들이 있다. 영화에서도, 현실에서도. 실제 성소수자이기도 한 자비에 돌란과 트로이 시반이 연기한 눈빛을 보자면, 아직까지 전환 치료를 강요받는 사람들의 텅 빈 얼굴이 그려진다. 자아와 사랑이 빼앗긴 자리에 영혼이 남아 있을 리는 없다. 부디, 이들의 생존기가 많은 이들에게 닿기를 바란다.
여전히 세상은 반대의 목소리와 찬성의 목소리가 부딪힌다. 언젠가는 성소수자를 응원하며 함께하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더 커져 이와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여름의 시작, 무지개가 그대들의 마음에도 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