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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여러모로 드라마의 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다관에 심장이 뛰었고, 양자경과 키 호이 콴이 나란히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찼다. 그러나 나를 눈물짓게 한 건 바로 <더 웨일>에서 찰리를 연기한 브렌든 프레이저의 남우주연상 수상이었다.

<더 웨일> 속 찰리의 삶은 브렌든 프레이저의 실제 삶과도 많이 닮아 있어 영화의 의미가 더욱 뜻깊게 다가온다. <미이라>를 통해 스타 배우로 거듭난 브렌든 프레이저는 유명세를 얻은 뒤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감독의 성추행부터, 큰 수술, 우울증과 이혼까지. 삶의 굴곡들을 이겨내고 마침내 ‘찰리’를 만났다.

우울증과 폭식으로 불어난 거구의 몸을 이끌고 살아가는 것 또한 쉽지가 않다. 자신에게 남은 삶이 길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찰리는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딸 엘리를 집으로 초대한다. 앨리와 함께하는 일주일이, 찰리에게는 생애 가장 진실한 일주일이다.

브렌든 프레이저는 ‘찰리는 후회라는 뗏목을 타고 희망의 바다에 나가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구원은 없다고 믿지만 결국 희망을 놓치는 못한 그에게 앨리는 구원이 되어 준다. 인간은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 깊은 상처와 끝없는 아픔 속에서도, 인간을 사랑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서로에게 구원이 될 수 있다. 헤어 나올 수 없는 자기혐오의 늪에서, 결국 인간이라는 뗏목을 타고 희망의 바다에 닿게 된 찰리처럼 우리 또한 인간으로부터 구원 받을 수 있다. 그럴 수 있다고 믿는 것이 구원의 시작일 것이다.